'인하대생 성폭행 사망' 고의 추락여부 현장검증

인하대학교 캠퍼스에서 이 학교 여학생을 성폭행한 후 추락해 숨지게 한 협의를 받고 있는 인하대 1학년 남학생 A(20)씨가 인천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2022.7.17 /김용국기자 [e-mail]

인하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발생한 여대생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피의자인 이 학교 1학년 남학생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17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미추홀경찰서는 준강간치사 혐의를 받고 있는 인하대 1학년생 A(20)씨가 지인인 같은 대학 20대 여성 B씨를 학교 캠퍼스 한 건물 3층에서 고의로 밀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警, 다양한 상황 가정 실험 진행
살인 혐의 적용 등 가능성 검토
가해 동급생 "기억나지 않는다"

이를 위해 경찰은 B씨가 건물에서 추락한 것과 관련한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현장 실험을 했다. B씨가 추락한 건물 3층 복도의 바닥에서 창문틀까지 높이는 1m 정도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해당 창문 앞에서 A씨와 B씨가 실랑이하는 상황을 가정했으며, B씨가 창문 밖으로 스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A씨는 지난 15일 새벽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내 한 단과대학 건물에서 B씨를 성폭행한 뒤 3층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인하대 1학년 남학생 A(20)씨가 인천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 김용국기자 [e-mail]

B씨는 같은 날 오전 3시49분께 캠퍼스 내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그는 머리 부위 출혈과 함께 심정지 상태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가 어떻게 추락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우선 준강간치사 혐의를 A씨에게 적용했으나, 추가 수사 결과에 따라 살인으로 죄명으로 바꾸는 등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형법을 살펴보면 피해자를 강간·준강간 후 살해한 피의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반면 준강간치사죄 법정형은 무기징역형 또는 10년 이상 징역형이다. 이처럼 형량에서 차이를 보인다.

캠퍼스 추모공간 시민까지 발길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발생한 사망사건 피해 학생 추모 공간. /김용국기자[e-mail]

B씨가 안타까운 사건으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학 캠퍼스 내에 마련된 추모 공간엔 인하대 학생뿐 아니라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오후 1시께 인하대 단과대학 출입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만난 인하대생 김지연씨는 "학교 안은 안전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러한 사건이 벌어져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들은 학생으로서 애도하기 위해 찾았다"고 말했다.

인하대 인근에서 산다는 직장인 고모(33·여)씨는 "불미스러운 일로 인생에 꽃을 피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어린 학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한편, A씨는 이날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앞서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 없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고범진 인천지법 영장당직판사는 A씨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태양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