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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
여름 장마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요 근래에는 장마철이 되면 폭우로 옆 산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이 순식간에 마당을 물바다로 만들고 논두렁을 따라 크고 작은 개천들이 넘쳐 물로 출렁인다. 기후변화로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주변 정리 등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 많아졌다. 이럴 때마다 혹시나 비가 새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로 날씨 예보에 관심을 더 많이 기울이게 된다. 도시에 살 때는 비오는 날을 참 좋아했는데, 시골 단독주택에 살면서 자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되면서 비에 관한 감성을 많이 잃어버렸다.

장마철에는 집중호우로 전국 곳곳에서 도로침수와 하천범람 등의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 하천범람의 원인으로는 불필요한 옹벽과 보를 들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하천의 홍수 피해를 예방하고, 수질과 수생태를 보호하기 위해 불필요한 콘크리트 보 철거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 보를 철거하고 하천을 복원하는 것에 관심이 모아지면서 여러 지역에서 보를 철거하는 작업이 시작되고 있는데, 경기도 분당 탄천의 콘크리트 보를 걷어낸 이후 생겨난 변화들에 주목해 볼 수 있겠다. 지난 5월에 보를 철거한 뒤 두 달 만에 자연스러운 하천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장마철을 지나며 자연스러운 침식과 퇴적작용이 일어나면서 더 빨리 회복했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이 재해를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록적인 폭우·폭염·가뭄 기상이변
인간의 잘못된 자연 정복·이용 원인
분리·파괴시키면 결국 같이 못 살아


그림책 '강변 살자(박찬희 글, 정림 그림, 책고래)'를 보면 생명이 살아가는데 자연스럽게 흐르는 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한다. 우리가 사는 마을에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그 강줄기를 따라가면 늪이 펼쳐지고 모래사장과 갈대밭이 이어지는 곳이면 좋지 않겠는가. 이 그림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강과 함께 살았던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강가에서 고무줄놀이도 하고 공차기도 하다가 더우면 강에 뛰어들어가 물장구치고 다슬기도 잡고 그러다보면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가고 어둠이 밀려오면 집으로 가던 추억들이 아름답게 그려졌다.

'강변에 얼음꽃이 피자 철새들이 날아왔어요.

청둥오리 흰뺨 검둥오리, 고니, 백로, 왜가리가 찾아왔지요.

새들이 무리 지어 춤을 추면

꼭 하늘에 파도가 치는 것 같았어요.'

이렇게 강과 함께 평화롭게 살던 어느 날 개발을 목적으로 낯선 사람들이 마을을 찾아오면서 강변은 더 이상 빛나지 않는다. 굴착기로 강바닥을 파고, 시멘트를 부어 보를 만들고, 은빛 금빛 모래사장과 갈대가 사라지고, 물고기도 보이지 않게 되고, 말끔하게 정돈된 자전거 도로와 큰 공원이 생겼지만 더 이상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이 그림책의 배경이 된 곳은 여주 신륵사를 시작으로 강천보, 강천, 적금과 굴암습지를 포함한 바위늪구비까지라 한다. 작가는 말한다. 개발되기 전 여강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은 지금의 여강을 보며 풍경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여강은 많은 성형수술로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잃어버렸다고.

장자도 자연스러운 흐름의 삶 강조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기 실천해야


기록적인 폭우, 폭염, 가뭄 등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있고, 거대한 자연 앞에 인간은 한없이 작고 약한 존재라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기후위기시대에 근본적인 문제는 인간을 자연과 분리해 자연을 정복하고, 이용 대상으로 보는 데에 있는 것 같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이 파괴되면 결국 인간도 살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자꾸 잊는 것 같다. 아주 오래전에 장자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임을 강조했다. 즉 어떠한 자연 그대로의 자연스러움,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우리들에게 경고하듯이 말했다. 이 경고장을 우리는 깊이 받아들이고 천천히 원래의 자연으로 되돌리는 움직임을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