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현의 개인전 '가우지(GOUGE)'가 열리고 있는 인천아트플랫폼 '전시장1'(B동)에 처음 들어서면서 받는 인상은 전시장이 비좁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넓은 전시장이 비좁아 보일 정도로 작품이 가득 들어차 있는데, 1층에 16점, 2층에 9점 등 모두 25점이, 그것도 대부분 대형 설치작품으로 채워져 있다. 아니 나열되어 있다.
전시장 입구에서 맨 처음 들은 설명은 짊어지고 있는 '백팩(배낭)을 보관해 주겠다'는 안내였다.
비좁은 공간에 작품이 빼곡히 들어차 있으니 관람객도 예상하지 못한 실수로 작품이 파손되는 경우를 방지하겠다는 주최 측의 염려와 배려가 이해가 됐다.
전시장 입구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1번' 번호가 붙은 작품은 '스웹(swept·무거운)'이라는 이름의 쇳덩어리다. 주물 공장에서 버려진 쇳덩이인가 상상하는 순간, 이후에 어디서 왔는지 모를 정체를 알 수 없는 작품과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만남이 작품을 감상하는 내내 이어진다.
전시를 보고 나면 이번 전시 자체가 곧 커다란 하나의 작품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번 전시의 각각의 작품들은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단일한 메시지를 관객에게 던져 주고 있음을 알아차리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비록 그 메시지를 단번에 쉽게 파악할 수는 없을지라도 충분히 그 메시지에 공감할 수 있다.
도시 부산물·용도폐기 산업 자재, 25점 작품으로 재탄생
전시 설명을 참조하면 정지현은 '도시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작가다. 그는 '도시에 부유하는 부산물과 용도 폐기된 산업 자재를 재료로 삼아' 작업한다. 그의 작업 과정은 '도시에서 출처가 모호한 부산물의 파편을 수집·분류·재조합 하는 과정'이다.
전시명 'gouge'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명사로 (나무에 홈을 파는 데 쓰는) 둥근 끌이나 둥근 정, 홈 등의 뜻이 있고, 동사로 둥근 끌로 '파내다', '잘라내다'는 의미가 있다. 정지현은 그렇게 전시 제목처럼 이 도시가 만들어낸 부산물을 본래 용도나 방식이 아닌 작가만의 방식으로 다듬고 만들어 배치한다.
전시 제목처럼 정지현이 정이나 끌로 파내고 잘라내는 전통적인 작업 방식을 기반으로 하는 창작 활동에 머무를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3D 프린팅'이나 스캐닝 등 현재의 기술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특히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입체를 조각할 수 있는 도구(tool)를 이용해 '덩어리'를 그려내고 이를 실제 3D 프린팅을 통해 벤치로 만들어내는 모습은 개인적으로 놀라움을 줬다.
인천아트플랫폼이 위치한 기초단체인 인천 중구의 대표 캐릭터인 '월디'의 공공 조형물을 재치있게 비튼 '최후의 월디'도 눈길을 끈다. 도시의 기념물이지만 더 이상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본래 목적을 상실한 '공공 조형물'을 작가는 자신의 방식으로 다시 만들어내는데, 전시장에 설치된 영상을 통해 설명해주고 있는 그의 작업 방식이 무척 흥미롭다.
그는 월디의 표면을 알루미늄 망으로 눌러서 본을 떠내고, 그 안을 단열재로 채워서 부피감을 주었다. 실제 신포동 공영주차장에 외롭게 서 있는 '월디'보다 그가 복제한 '최후의 월디'가 더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무척 흥미롭다.
인천문화재단의 인천아트플랫폼이 마련한 기획전시 입주작가 정지현의 개인전 '가우지'는 9월 11일까지 이어진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