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가정2지구 개발 현장에서 새벽부터 이어지는 공사현장의 소음으로 인근 주민들이 새벽잠을 설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천 서구 가정동 웨스턴블루힐아파트에 사는 이모(77·여)씨는 올여름 들어 매일 새벽잠을 설친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폭염으로 창문을 열어놓고 자는 날이 많은데, 새벽 6시만 되면 망치 소리나 쇠파이프를 내려놓는 소리 등 인근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소음 때문에 잠에서 깨기 때문이다.

26만2천㎡에 2422가구 들어설 예정
현재 510·246가구 행복주택 등 공사


이씨 등 이곳 아파트 주민들은 새벽마다 들려오는 소음의 진원지로 '가정2지구 공공주택지구' 공사현장을 지목하고 있다. 가정2지구 공공주택지구는 서구 가정동, 심곡동, 연희동, 청라동 일원 26만2천㎡ 규모다. 이곳엔 공공임대주택인 행복주택, 민간주택 등 총 2천422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는 510가구·246가구 규모의 행복주택 공사가 각각 진행되고 있다. 공사 현장이 웨스턴블루힐 아파트 단지와 30~400m 정도 떨어져 있는 탓에 주민들이 새벽마다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씨는 "한창 잘 시간에 '쾅, 쾅' 거리는 굉음이 계속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눈을 뜰 수밖에 없다"며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도 이웃을 배려하기 위해 아침 7시 전에는 세탁기도 돌리지 않는데, 공사 현장이 너무 시끄러워 참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웨스턴블루힐아파트와 붙어 있는 루원더퍼스트 아파트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곳에 사는 한 30대 주민은 "요즘에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소음 때문에 1시간씩 일찍 일어난다"며 "아이가 수업 시간에 졸았다는 연락이 학교에서 오기도 했다. 잠이 부족해 아이들 성장에도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주거지 불과 30~400m "피해 호소"
시공사 혹서기 일부 이른 작업 인정


소음 피해가 계속되자 참다못한 주민들은 이달 초 시행사인 LH 인천지역본부 등에 관련 민원을 제기했다. 행복주택 공사를 진행하는 시공사들은 여름철 혹서기가 시작되면서 노동자들의 열사병 등을 고려해 일부 작업을 새벽 시간에 시작했다고 인정했다.

민원을 접수한 시공사들은 주민들이 소음 피해를 보지 않도록 공사 시작 시각을 늦추고 소음이 생기지 않도록 더욱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해당 시공사 관계자는 "날씨가 계속 더워지면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을 고려해 해가 뜬 직후인 오전 6~7시부터 공사를 시작한 적이 몇 번 있다"며 "민원을 확인한 이후에는 오전 8시부터 공사를 시작하고 있으며, 불가피하게 아침 시간에 작업해야 할 경우에는 소음 측정을 하는 등 계속해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