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방문지도를 하다 보면 현장 분위기가 체감된다. 영유아 수는 해마다 줄고 국공립어린이집조차도 존폐를 걱정한다. 학급의 최저 유아 수에 따라 교사 급여나 교육과정 지원이 결정되므로 이사를 가거나 전원을 하는 등 유아 수가 충족되지 않는 순간 국가 지원도 끊긴다. 교사는 수당을 못 받고 학부모와 기관 부담은 커진다. 교사 1인당 0세 3명, 1세 5명, 2세 7명, 3세 15명, 4~5세 20명인 현재 비율로는 교사가 유아를 안전하게 돌보고 교육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기관에서의 영유아는 크고 작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교사는 아무리 애를 써도 안전사고와 이에 대한 책임 공방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지나치게 높은 '교사 대 영·유아수'
교육에 집중하기 어려운 노동강도
어린이집 2세 유아 간식 먹다 사망
그러니 매년 많은 교사가 배출돼도 교사 수급은 쉽지 않다. 유아교육과에 입학하여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가 되기를 희망하면서도 일 년에 몇 번씩 이슈가 되는 유아교육기관의 안전사고, 아동학대 뉴스는 교사직에 대한 학생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자극한다. 어린이집 6주 실습과 유치원 4주 실습 동안 현장이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교육하는 공간이기보다는 차량에 탑승해 아이들의 승하차를 돕느라 이미 체력이 방전된 채 교실에 들어서고, 숨 돌릴 틈 없이 교사 손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과의 긴 하루에 지치고, 그러면서도 각종 행사와 지역 견학을 해내야 하는 상황을 학생들은 목도한다. 유아들 간의 갈등은 곧잘 학부모들의 갈등으로 번지고, 혹시라도 상처가 생기면 아동학대를 의심하는 학부모들의 cctv 확인 요청과 경찰 고발이 이루어지기도 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해당 교사도 이를 지켜보는 동료 교사도 잠재적 가해자가 되는 상황을 견뎌야 할 수도 있음을 알게 된다.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갖기 어렵게 하는 상황들이 유아교육과의 평균 취업률을 70~80%에 멈춰 있도록 하고, 이직률이 높은 직종으로 분류되게 만든다.
어린이집에서 2세 유아가 간식을 먹다 사망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반응은 예상과 다르지 않다. 고구마를 간식으로 제공한 기관과 담임교사의 과실에 대한 비판이 가득하다. 법적 책임을 피하기도 어려울 것이고 원장과 교사 또한 돌보던 아이를 잃었다는 사실은 평생 지극한 고통으로 남게 될 것이다. 영아에 대한 지원이 가정 양육이 아니라 기관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상황, 교사가 유아를 제대로 관찰할 수 없도록 만드는 지나치게 높은 교사 대 유아 수, 영유아의 보호와 교육에 집중하기 어려운 교사의 높은 노동 강도 등은 늘 그랬듯 중요한 논의가 되지 못할 것이다. 구조가 바뀌지 않고 발생하는 현상에만 집중하는 한, 비극적이게도 유사한 사건은 언제든 우리에게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동비율 개선·교육부 유보통합 등
안전하고 건강한 유아교육의 시작
지난 7일 기재부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유·초·중등의 기존 예산 3조6천억원을 빼서 고등교육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보육은 더 이상 노동자와 여성에 대한 서비스가 최우선될 수 없고, 따라서 보육은 현재의 보건복지부 관할에서 벗어나 유아의 건강한 발달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교육부로 결국 통합될 것이다. 교육부의 우산 아래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통합된 형태의 유아학교는 지속적이고 안정된 지원이 필요함에도 이를 고려치 않은 예산축소는 유아교육의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
교사 개인에게 어떻게 더 엄격하게 책임 지울 것인가가 아니라 출생한 영유아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그리고 그들이 성장해 청년 교사가 되었을 때 자신의 직업에서 애정과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함께 요구해야 한다.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 영아반 투담임제, 기관 차등 없는 지원, 교육부로의 유보통합, 초·중등과 동일한 교사 양성 체제 및 복리후생, 이를 위한 예산 확보 등의 구조가 안전하고 건강한 유아교육의 시작이다. 어찌할 수 없는 개인이 아니라, 우리가 더욱 분노해야 하는 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토대를 구축해 놓고 변하지 않는 구조다.
/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민교협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