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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근래 들어 손님이 뜸한 시간대인 오후 3∼5시에 '브레이크타임'(휴게시간)을 갖는 접객업소들이 크게 늘었다. 이 시간대에 지인들과 약속을 잡아야 하는 이들은 난감하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이따금 단골식당을 찾은 식객들은 낭패감에 화가 치민다. 코로나19가 도심거리의 풍경을 바꿨다.

브레이크타임은 노동자들의 과로 방지목적으로 제도화한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54조는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 이상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제공할 것'을 명시했다. 브레이크타임의 저변확대는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매출 격감이 결정적이나 인건비 부담도 간과할 수 없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문재인정부 집권 초인 2017년에 6천470원이었으나 2022년에는 9천160원으로 5년 만에 41.6%나 올랐다. 파리만 날리는 오후에 가게 문을 열은 상태에서 직원들에게 휴게시간을 주려면 추가고용이 불가피하다. 


시간당 최저임금 文정부 초기보다 41.6%↑
업종별 차등적용 영세중기·소상인들 숙원


지난달에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경제계의 최대관심거리였다. 기업들이 임시직이라도 채용하려면 퇴직금은 고사하고 최저임금에다 노동자가 1일 8시간씩 주(週) 5일 근무 시 하루치의 주휴수당과 4대 보험까지 부담해야 하니 말이다.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들은 야간근무(오후 10시 ∼오전 6시) 직원들에게 주간(晝間) 임금의 1.5배를 부담해야 한다. 국내 4대 편의점그룹(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의 간판을 단 점포들 중에서 편의점 한 곳만을 운영하는 생계형 자영업자 비중이 70%인데 코로나19와 과당경쟁 등으로 전체 매출이 2∼3년 전 수준으로 주저앉았단다. 전국 80만 외식업체들은 식자잿값까지 가파르게 올라 더 불안하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은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숙원(宿願)이었다. 산업별 노동강도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업종과 도·소매업 등 취약한 업종일수록 최저임금 일괄 적용에 불만이 크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은 법에 보장되어 있다.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은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서 정한다. 이 경우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적용할 수 있다'고 적시한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시행 첫해인 1988년에 최저임금을 2개 업종으로 구분해 적용한 이후 단 한 번도 시행한 적이 없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면 저임금 업종이 낙인찍힐 수 있는 데다 업종별 차등적용을 위한 합리적 기준도 없는 것이다. 멕시코, 벨기에, 스위스(제네바주), 브라질, 일본, 호주 등 6국 외에는 대부분의 국가들도 차등적용을 하지 않고 있다. 소득분배구조도 더 나빠질 수 있다.

尹정부 들어 부결 지지자들에 실망감 안겨
수백만명 범법자 모두 처벌할 수 있을까?

올해 영세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은 차등적용에 특히 기대가 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과정에서 자영업이 무너지면 서민경제가 중병을 앓는다며 최저임금의 지역별, 업종별 차등적용을 여러 차례 언급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16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은 부결되었다. 2023년도 최저임금은 예년처럼 전 업종에 단일 임금이 적용된다. 윤석열 정부는 시작부터 지지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지난달 29일 최저임금심의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0% 오른 시급 9천620원으로 결정했다. 물가 충격완화를 고려한 것이나 근래 최저임금도 못받는 근로자들의 점증이 눈길을 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대략 320만명이다. 앞으로 더 많은 영세 중소기업 대표와 소상공인들이 범법자로 내몰릴 것"이라 우려했다.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데 수백만 명의 범법자들을 모두 처벌할 수 있을까? 최저임금법은 최근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연방대법원의 낙태금지 판결처럼 방아쇠법(trigger law)이 되게 생겼다. 방아쇠법이란 실제로는 시행 불가능하지만 주요 변화가 생길 경우 언제든지 집행 가능성이 있는 법을 의미한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