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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란 지역자치부(의정부)차장
보름 전, 청년 대표를 표방하며 당선된 한 의정부시의회 의원이 단식농성을 했다. '의회 정상화'를 외치며 풍찬노숙을 자청한 청년 정치인을 처음 맞닥뜨린 지역사회에서는 '신선하다', '의식 있는 의원의 등장을 환영한다'는 등의 기대 섞인 반응이 나왔다.

그의 농성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계속하면 징계하겠다는 정당의 엄포가 나오고, 동료의원들이 설득에 나서자 그는 이틀 만에 투쟁을 종료했다. 그리고 그 이튿날 열린 시의회 의장단 투표에서 그 청년 의원이 했던 행동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사전에 합의했던 내용과 달리 그와 같은 지역위원회에 속해있던 재선 의원이 의장이 됐기 때문이다.

의장 선출 결과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단식투쟁이라는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이 동원되기 전에, 시의회 내 의사소통이 얼마나 민주적이었고 의원들이 그 과정에 얼마나 충실했는가를 짚고 싶다.

건강한 사람도 3일 밥을 먹지 않으면 건강을 해친다. 단식투쟁은 그야말로 자신의 건강을 볼모로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는 극단적인 행위다. 때문에 대부분의 단식투쟁은 사회적으로 잃을 것이 없는 약자와 소수자들이 많이 한다. 중대한 사안에 있어 밀리고 밀리다 마지막으로 '나 죽는 꼴 보고 싶지 않으려면 내 말 들어'를 시전하는 것이다.

결국은 단식농성에 나섰던 청년 의원의 바람대로 본회의는 열렸고, 일각의 반발 속에 그가 바라던 대로 의장단이 꾸려졌다. 시의회는 이제 갈등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겠지만, 되돌아보면 청년 정치인의 단식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씁쓸함이 남는다. 개인적으론 청년이라면 응당 순수하고, 정의롭고, 창의적일 것이라는 기대가 이제는 허구에 가까워진 것은 아닌가 반문이 드는 경험이었다.

/김도란 지역자치부(의정부)차장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