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안타까워하면서, 한참을 서서/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멀리 끝까지 바라보았습니다//그리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의 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의 한 대목이다. 그의 시처럼 우리는 늘 무엇인가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때때로 선택하지 못했던 혹은 않았던 것에 대해 후회도 하고 미련을 갖기도 한다. 그래도 늘 선택과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
환율·물가·외환보유고·무역수지 등 곳곳에서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는 지금 우리 한국경제도 무엇인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모종의 선택과 결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 아서 번즈(Arthur Burns)의 길과 폴 볼커(Paul Volcker)의 길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었던 아서 번즈(1970~1978년 재임)는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돕기 위해 금리 인상을 회피하고 양적 완화 같은 통화정책을 선택했다. 때맞춰 금 태환 정지 조치를 취한 닉슨의 노선과 겹치면서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찾아왔다. 돈을 푸는 것은 대중들의 환영을 받는 달콤한 정책이나 후유증이 크다.
미국에 닥쳐온 인플레이션을 잡은 이는 후임자인 폴 볼커(1979~1987년 재임)다. 그는 재임 중 무려 최대 20%를 상회하는 초고금리 정책을 썼다. 도처에서 난리가 나고 협박도 받았다. 강력한 정책이 남긴 후유증은 컸으나 그 후 미국은 40년간 인플레이션의 공포에서 벗어나 있었다. 역사적으로 보아 훌륭하고 좋은 정책은 선인이 아니라 비정상적이고 못 돼먹은 악인들에 의해 달성되는 경우가 많다.
경제통계를 보니 연소득 70%를 빚을 갚는데 쓰는 사람이 140만명이라고 한다. 대출금리를 7%대로 올리면 190만명이 최저생계비만 쓰며 생활해도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한다. 인플레이션이냐, 금융위기냐. 이제 우리에게 선택과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노선은 무엇인가. 경제위기에 대한 해법과 국정철학은 무엇인가. 출범 두달이 훨씬 넘었는데 정부 정책은 세계경제와 한국경제 상황만큼이나 여전히 안갯속이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