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 시대 양극화 현상이 '여름휴가'로까지 번지고 있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물가 등이 크게 상승하면서, 서민들에겐 여름휴가마저 사치가 됐다.
반면 값비싼 해외여행과 5성급 호텔·리조트는 조기 매진돼, 경제난을 체감하지 못하는 계층과는 상반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직장인 유민영(48)씨는 올해 여름휴가를 포기했다. 휴가지 성수기 호텔이나 리조트 비용이 1박에 50만원이 넘는데, 4인 가족을 데리고 2박3일 휴가만 가더라도 족히 200만원은 소요될 것이란 계산에 깨끗이 생각을 접었다. 유씨는 "아이들이 섭섭해하겠지만 주머니 사정 생각하면 올해는 집에서 쉬는 게 정답인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유씨처럼 휴가를 아예 포기하는 '휴포자'는 세대를 가리지않고 늘어나고 있다. 해외여행을 꿈꾸던 2030들도 환율 때문에, 돈은 통장에 두고 여행은 내년으로 기약한 사례도 많다.
그러나 양극화 상부에 위치한 계층의 사정은 다르다. 이들 덕에 환율과 상관없이 해외 항공편은 예년보다 높은 예약률을 기록 중이다. 제주도, 부산, 강원 등 유명 휴가지의 고급 숙박시설은 현재 성수기 예약이 불가상태다. 일류호텔 일식당 및 오마카세 등은 평일에도 예약이 꽉 찼다.
다니는 직장에 따라서도 휴가 격차가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최근 전국 5인 이상 806개 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 하계휴가 실태 및 경기 인식 조사'를 실시했는데 300인 이상은 여름휴가 사용일수 계획이 '5일 이상'이라는 응답이 52.9%로 가장 많았지만, 300인 미만은 '3일'이라는 응답이 49.9%로 가장 많았다. 올해 하계휴가비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50.9%로 지난해(52.0%)에 비해 1.1%포인트 감소했다.
/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