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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공급망 교란, 식량·에너지 위기, 신냉전 예고, 금융·외환시장 혼란,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먹구름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현재는 모호하다. 퍼펙트 스톰의 기세다. 국내외 정세를 보며 '국력(國力)'을 떠올린다. 정치·외교관계의 복잡성과도 연관돼 그 정의는 오랫동안 논쟁 대상이었다. 근래엔 일국이 지닌 다양한 힘의 집대성이라 본다.

대표적 정의로 레이 클라인(Ray Cline)의 국력(Pp: perceived power) 측정공식이 자주 인용된다.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을 역임했던 클라인은 국력을 전략·군사·경제·정치 등의 총합으로 판단, 이를 토대로 국력 측정공식을 도출했다.

'Pp=(C+E+M)×(S+W)'.

클라인의 국력(Pp)은, 기본요소인 인구·영토(C: critical mass)를 시작으로 경제력(E), 군사력(M)을 합한 물질적 변수에다, 전략(S)과 의지(W)를 합한 정신적 변수를 곱해 산출한다. 

 

다만 국력엔 다양한 질적요소가 포함되고 평시·전시라는 상황도 변수다. 또 국제법에 따른 군사력 행사나 외교 교섭력 등의 변동요소도 실재하기에 이를 모두 계량화하지 않는 이상 객관적 국력 측정은 불가능하다.

인구, 경제·군사력과 함께 국력 핵심
80년뒤 한국 1천928만명으로 감소
10년내 강대국에 치이는 卒로 전락

이에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Hans Morgenthau)는 국력 요소로 ①지리적 요인 ②천연자원 ③산업력 ④군비(軍備) ⑤인구 ⑥국민성 ⑦국민사기 ⑧외교의 질 ⑨정부의 질 등 9가지를 꼽았다. ①~⑤요소는 어느 정도 계량화 가능한 '하드파워', ⑥~⑨요소는 계량화 불가능한 '소프트파워'다.

또 오르간스키(Organski)는 국력을 자연적 및 사회적 결정요인으로 분류했는데 전자는 지리·천연자원·인구, 후자는 경제발전·정치구조·국가사기다. 쿠마르(Kumar)는 국력을 자연과 사회, 사상 등 3가지로 설명했으며 자연은 지리·자원·인구, 사회는 경제발전·정치구조·국가사기, 사상은 아이디어·지성·리더십 지혜다. 파머와 퍼킨스(Palmer & Perkins)는 국력을 유형과 무형으로 나눴는데 전자는 지리·원자재·천연자원·인구, 후자는 사기·이데올로기를 의미한다.

알아챘는가? 위의 5가지 국력 측정요소엔 공통적으로 포함된 것들이 있다. 특히 클라인은 그 중 하나를 불가결(critical mass)한 요소로 분류해 공식 맨 앞에 뒀다. 바로 '인구(population)'다. 인구는 경제력, 군사력과 함께 국력의 핵심요소다. 인구 1천500만명 이하인 나라는 노동인구 측면에서 국력이 뒤져 강대국의 세력 아래 편입되고, 역사적으로 인구 증감은 국력 증감과 상관관계에 있다고 그는 말한다.

통계청의 시나리오별 합계출산율 전망(저위 추계)에 따르면 80년뒤(2100년) 한국 인구는 1천928만명으로 감소한다. 이후 10년 안에 1천500만명 이하가 되면서 강대국 장기판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졸(卒)로 전락한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3세대 안에 한국 인구는 현재의 6% 밑으로 추락할 것"이라며 우리가 처할 기구한 운명을 예견했다.

문제의식 체념한채 방임하면 최악
난제 좌고우면땐 미래세대도 없다


문제의식이 빈약하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 저출산 문제에대해 주변과 부딪치면 반응은 대개 이렇다. "어떻게 되겠지, 뭐!"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어." 위기에 대한 체념인가, 체념조차 없는 무관심인가! 행여 '모두의 문제는 누구의 문제도 아니다'라는 방임이라면 그건 최악이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어느덧 백발이 된 덕수는 부친 사진을 향해 울먹이며 말한다.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덕수세대의 땀과 피눈물이 없었다면 우린 어떻게 됐을까! 현 세대가 난제 앞에 좌고우면한다면 미래세대도, 22세기 대한민국도 없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