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닌데 속이 많이 상하죠."
20일 오전 인천 연수구 연세대 국제캠퍼스에서 만난 이병휘 민주노총 일반노조 연세대 국제캠퍼스지부장은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이 지부장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청소·시설 노동자들의 실상을 보여주겠다며 한 건물 1층에 있는 휴게실로 이끌었다.
시설팀 노동자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휴게실에 들어가니 성인 남성 2명이 겨우 누울 수 있을 정도의 비좁은 평상이 눈에 들어왔다. 평상 앞에는 군데군데 찢어지고 닳은 1인용 소파만 덩그러니 있었다. 그는 버려진 소파를 휴게실로 가져온 거라고 했다.
이곳은 시설팀 노동자 40여 명이 돌아가면서 쓰고 있다.
같은 건물 2층에 '미화창고'라고 적혀 있는 곳에는 양변기 1개와 소파, 냉장고가 있었다.
건물을 청소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쉴 곳이 없어 작은 화장실에 물품을 놓고 휴게실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연세대 국제캠퍼스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신촌캠퍼스와 판박이처럼 닮아 있었다. 현재 신촌캠퍼스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과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캠퍼스 노동자들도 코로나19 여파로 2년간 동결된 임금을 올려달라고 용역업체 측에 요구하고 있다. 국제캠퍼스에서 청소, 시설관리, 경비업무 등을 하는 노동자는 199명이다.
현재 이들 노동자 과반수가 소속돼 있는 민주노총 일반노조 연세대 국제캠퍼스지부가 교섭 대표로 용역업체와 올해 초부터 임단협(임금·단체협약)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8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하고도 양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인천지방노동위원회 조정회의도 3차례 진행했으나 결렬됐다.
쉴 곳 없어 화장실 휴게실로 쓰기도
코로나 2년 동결임금 올려달라 요구
학생 "학교측 책임있는 모습 보여야"
노조는 2년 동안의 최저임금 인상분에 해당하는 570원을 시급에 반영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 최소한의 노동자 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열악한 환경의 휴게실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지부장은 "지난해 임금을 동결했을 때 용역업체가 다음 해엔 충분한 보상을 해줄 것이라고 구두로 약속했었는데, 올해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지금의 상황에 이르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학교 측이 나서서 임금 인상 등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세대 국제캠퍼스에서 만난 학생 대부분은 이번 문제와 관련해 학교 측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조 요구를 지지한다는 재학생 김모(19)씨는 "노동자와 용역업체 사이의 문제일지라도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데 학교가 손 놓고 있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국제캠퍼스 관계자는 "임금문제는 노동자들과 용역업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노조가 주장하는 휴게시설 개선과 관련해선 용역업체가 구체적인 요구를 해오면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