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는 우리 근대사의 역사적 사건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철도를 통해 우리나라 근대화와 식민 시기 역사를 조명한 책 '모던 철도'(책과함께 刊, 2022)가 최근 출간됐다. 책에는 '근대화, 수탈, 저항이 깃든 철도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었다.
이 책의 저자 김지환(사진)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교수는 "근대 이후 우리 역사는 철도의 출현·발전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전개되었다"며 "근대화와 자주독립이라는 양대 과제를 달성하는 데 불가결한 수단인 동시에, 일제가 한반도를 침략하는 효과적인 통로였다"고 말했다.
근대화·자주독립 양대과제 달성 수단
일제가 한반도 침략하는 효과적 통로
철길파편, 분단의 상흔 여실히 보여줘
'모던 철도'는 철도를 통해 우리 근대사를 조망한다. 철도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철도라는 매개를 통해 우리 역사를 서술했다. 김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책이 역사 전공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흥미롭게 우리 역사에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특히 독자들의 흥미를 고려하면서도 학문적 깊이와 사료적 근거를 충실히 갖추려 노력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이토 히로부미가 열차를 타고 귀경하던 중 원태우 의사가 던진 돌에 차창이 깨지면서 얼굴을 다친 일이 있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일본 공사관이 자국 정부에 보고한 문건이 현재 일본 외무성 사료관에 보존되어 있다. 이 보고서에는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토 히로부미가 탄 열차 내 좌석 위치와 돌이 날아온 방향 등을 상세히 보여주는 도면도 있다.
또 강우규 의사가 사이토 총독의 부임에 맞춰 서울역 로비에서 폭탄을 던졌는데, 그 역시 일본에 보존되어 있다. 그는 "이러한 문서를 직접 발굴해 도면으로 당시 생생한 현장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철도가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의 아픔도 보여주는 귀중한 역사적 사료가 된다고도 강조한다. 임진각 망배단 왼쪽으로 복원된 '자유의 다리'가 있고, 그 오른편에 한국전쟁 중 끊어진 복개다리가 있다.
경의선 철교 상행선이 지나던 다리인데, 그 앞에 경의선 철도 중단점을 알리는 기념비와 함께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글귀를 달고 증기기관차가 전시되어 있다. 총탄 자국을 지니고 녹슨 모습인데, 경의선을 달리다 한국전쟁 중에 피폭돼 탈선한 기관차다. 반세기 넘게 비무장지대에 방치돼 있다가 지금의 자리에 전시된 것이다.
그는 "이렇듯 구멍이 숭숭 나고 휘어진 철길 파편은 분단의 상흔을 여실히 보여준다"면서 "철도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한국전쟁이 우리 역사에서 우연히 발생한 사건이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철도의 역사를 짚어가다 보면 미래를 상상해보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최근 이슈인 남북철도연결, 유라시아 철도 공동체 등이 엄연히 과거에 있었던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래의 어느 날 경의선 철도가 연결되고 유라시아 철도가 마침내 완성되어 철마가 다시 달릴 날을 상상해본다"면서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손기정 선수가 갔던 루트로 독일에 도착할 그 날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