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국민들은 별나다. 교직원이나 언론인보다 국회의원을 더 신뢰한다고 한다. 상당수 의원은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도보로 의회를 오가고 만원짜리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보좌관도 없이 법안을 만드느라 휴일은 물론 평일 야근을 밥 먹듯 한다. 물론 특근수당은 한 푼도 없다. 의원직이 3D 업종으로 인식되면서 선호도가 바닥권이다.
회기는 연중 계속되고 의원들은 매일 출근한다. 건강악화 등 개인 사정으로 휴직하면 급여도 중지된다. 열차는 일등석을 탈 수 있으나 비행기는 이코노미석만 경비가 지원된다. 비즈니스석은 합당한 이유가 소명되지 않으면 차액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매년 발표되는 국제투명성기구의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스웨덴은 늘 최상위권이다. 그런데도 국민소득 6만달러 나라의 시민단체는 연봉 1억원이 많다며 특권을 덜어내라고 한다.
휴업 중인 국회가 지난 20일 잠시 문을 열었다. 제1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기 위해서다. 이날은 마침 의원들 월급날이다. 의원들 통장에 1천285만원(세전)이 꽂혔다. 하루 일하고 세비는 꼬박 챙긴 것이다. 의원들은 차량 주유비와 유지비 등으로 월 150만원 가량 추가지원을 받는다. 이것도 모자라 보좌진 인건비도 가로챈 의원이 있다.
이달 초 임기를 시작한 11대 경기도의회 의원 156명도 첫 월급을 받았다. 1인당 554만원 꼴로 지급총액은 8억6천만원을 넘는다. 경기도의회는 전국 17개 광역의회 의원 중 의정비가 가장 많다. 세비 외에도 56만5천원씩 하반기 복지 포인트를 챙겼다.
도의회는 여지껏 의장단 선출에 실패한 전국 유일의 광역의회다. 지난 12일 1차 본회의를 열었으나 5분 만에 산회했다. 의장 감투를 둘러싼 민주당과 국민의힘 갈등은 점입가경이다. 2차 본회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 5분 일하고 554만원을 받았으니 분당 110만원 꼴이다. 노동계와 사용자 측은 얼마 전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을 두고 밤새 싸웠다.
국회가 공전하는데 의원들은 나라 밖 행차다. 미국 출장에 비행기 값만 천만원이 넘는다. 이렇게 몰염치할 수 없다. 국회가 이 모양이니 지방의회도 못된 것만 배운다. 난형난제요, 그 형에 그 아우다. 더위 먹은 민생은 팽개치고, 세비는 알뜰히 챙기면서 미안한 기색도 없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