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조개무덤
인천 옹진군 백령도 진촌리의 '말등패총'이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말등패총 안내판은 찢겨 나갔고, 조개껍데기는 길가로 쏟아져 내리고 있다. 2022.7.21 /백령도 주민 제공

서해 최북단 섬인 인천 옹진군 백령도의 대표 유적 중 하나인 진촌리 '말등패총'(貝塚)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어 주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21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백령도 주민들은 사유지에 있는 진촌리 말등패총이 밭둑으로 방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사시대 인류 생활상 엿볼 자료
안내판 찢기고 조개껍데기 쏟아져


패총은 선사시대 인류의 생활상을 엿보는 귀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원시인들이 먹고 버린 조개 등의 껍데기가 무덤처럼 쌓여 있다고 해서 조개무지나 조개무덤이라고도 불린다.

백령도 진촌리 말등패총은 1958년 서울대학교 학술조사단의 조사를 통해 선사유적지로 밝혀졌으며 현재 옹진군 향토문화재 2호로 지정돼 있다.

굴·섭조개의 껍데기로 이루어진 말등패총에선 빗살무늬토기, 민무늬토기 조각과 함께 돌도끼 등이 함께 발견됐다. 이를 통해 백령도에는 이미 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았음을 알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하지만 말등패총의 현재 모습은 유적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옹진군청이 설치해 놓은 말등패총 유적지 안내판은 글이 적힌 부분이 대부분 찢겨 나간 데다, 말등패총의 조개껍데기는 도로 쪽으로 쏟아져 나뒹굴고 있다.

주민들 "몇달 지나도 郡은 무관심"
옹진군 "국가·市 지정문화재 아냐"


백령도 주민들은 옹진군청이 말등패총 유적지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한다.

백령도의 한 주민은 "안내판이 바람에 찢겨 훼손된 지 몇 달이나 지났지만, 면사무소나 군청에서는 관심도 없는 것 같다"며 "이 지역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밭 옆에 조개껍데기가 버려진 줄 알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주민은 "백령도 물범의 주요 서식지인 하늬해변과 진촌리 일대가 '국가생태관광지'로 지정된 만큼, 말등패총도 주요 관광지로 개발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옹진군청 관계자는 "옹진문화원이 말등패총을 포함한 백령도 주요 유적지 5곳의 안내판을 교체하는 작업을 올해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라면서도 "말등패총이 국가나 인천시가 지정한 문화재가 아니어서 아직 별도의 관리계획을 세우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