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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술을 좋아하는 풍운의 정치부 기자가 전하는 대통령실 이야기】

이번 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스타 장관'에 대해 짚어 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궁금해지는 건, 지금 이 순간에 대뜸 '스타 장관'을 꺼낸 이유가 뭘까. 그 속내는 뭘까 였습니다.

크게 2가지 축이 있다고 보입니다.

하나는 추락하는 지지율 반등을 위한 홍보 전략이고, 또 다른 하나는 '스타 장관' '스타 수석' '스타 정치인'들을 경쟁시켜 인적 자원을 키워 놓겠다는 그의 '용인술' 아닐까요.

■ 먼저 윤 대통령의 '장관 스타' 발언 배경부터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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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2.7.1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의 공식 멘트는 지난 19일 열린 국무회의에 대해 브리핑을 하는 자리에서 알려졌습니다.

"대통령과 스타 장관들이 원팀이 되어서 국정을 운영하자"는 내용이 주요 골자였습니다. 윤 대통령이 소통을 강조하면서 방송이든, 신문이든 장관들이 언론에 자주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발표됐으나 기자의 입장에선 지금까지 '대언론' 소통이 부족했다는 질책으로 들렸습니다. 객관적으로 봐도 사실이 그렇고, 모를 일이지만 대통령에게 '한 소리' 들었는지도 모르죠.

비공식 라인으로 취재해 보니 역시나 '정책 홍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주문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이더군요.

사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연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회의 때도 참모진들에게 소통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브리핑실에 자주 내려가서 정책이나, 지금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하라'고 여러 번 당부했습니다.

그러나 새 정부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율은 바닥 모르고 떨어지고, 좀처럼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장관 스타'라는 정치적 수사가 제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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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7.22 /연합뉴스

윤 대통령 자신도 도어스테핑 등을 통해 나름 '소통'하려 했지만, 오히려 국민들에게 오기와 역정으로 비친 것을 의식한 듯, 내각과 참모들에게 매를 든 것으로 해석됩니다.

윤 대통령이 가장 공유하고 강조하고 싶은 건 윤석열 정부의 '공통 언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듯합니다. 공통 언어가 없으니 공유할 철학적 가치도 빈곤한 것이지요. 참모진끼리도 그러할진대 국민들이 어떻게 피부로 느낄 수 있을까요.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대목은 자유, 헌법, 인권, 법치, 국제사회와의 연대, 약자와의 연대 등에 대해 국민들에게 알려 달라는 주문이라고 합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으로 힘들어하는 서민들의 욕구와는 좀 정서적으로 떨어진 접근 방법으로 보이지만, 아무튼 이런 철학적 가치 속에 각 부처가 추진하는 국정과제를 국민들과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해석해 봅니다.

더 구체적으로 방송이든, 신문이든 나가서 잘하든 못하든 '좀 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경험상으로 볼 때,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대 언론' 관계도 좀 잘 풀어보라고 하지 않았겠습니까.

윤 대통령은 재차 "스타 플레이어가 많이 나오는 조직이 성공한 조직으로 생각한다"고도 했습니다.

■ 권력 앞에 부모 자식도 못 알아본다는 속설이 있는 정치 세계에서 대통령 스스로 '대통령이 안 보인다는 말이 나와도 좋다'며 장관 스타를 요구한 것은 그의 성격을 잘 보여 줍니다.

이 대목에서 검찰에서 윤 대통령과 오래 근무한 한 원로 인사의 말이 생각납니다. 그는 "윤 대통령은 후배들에게 강직하면서도 서로 경쟁 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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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한덕수 국무총리, 윤 대통령,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2.7.1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한 예도 들었지요. 대통령이 된 후 아끼는 후배 한동훈을 법무부 장관에 앉히고 또 다른 한 명인 이원석을 대검 차장에 배치한 것은 경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더군요. 그러면서 앞으로 잘 보라고 귀띔해 주었습니다.

많은 평론가는 한동훈과 금감원장에 임명된 이복현을 예의 주시하곤 했는데, 좀 다른 해석이었지요. 그건 업무적인 관계이고, 실제 한동훈과 이원석을 경쟁시키는 것으로 보면 된다는 말이 귀에 쏙 박혔습니다. 두 사람 나이는 서로 아래·위로 한동훈이 적었지만,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여서 윤석열 정부에서 어떤 성장 과정을 거칠지 귀추가 주목되는 구간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윤 대통령의 이번 '스타 장관' 발언은 겉으론 떨어진 지지율 반등을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내심, 장관 그룹과 정치 영역에서 '스타'를 발굴하려는 고도의 전략이 깔린 건 아닌지 관심입니다.

적어도 이번 메시지는 장관들을 경쟁시켜 국정을 홍보하겠다는 신호탄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지난주부터 장관 1명을 앉혀 놓고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분야별 수석이 면접하듯 한 독대 업무보고도 이채로운 풍경이었지요.

눈치 빠른 장관은 곧바로 방송 인터뷰를 하면서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면서, 대통령의 의지가 실린 국정과제를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A 장관은 '대통령이 유난히 큰 관심을 보였다'며 현안 하나하나를 설명하는가 하면 개인 SNS를 활용하고 있고, B 장관은 '장관 좀 만납시다' 등의 코너를 더 활용하는 등 다채로운 형태의 홍보 전략이 등장했습니다.

대통령실에서도 '스타' 발언이 떨어지지 말자 브리핑을 자처하거나,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는 수석실이 있었고, 심지어 자신의 이름이 언론에 주목받을 수 있도록 기사 '청탁'을 하는 비서관도 있었다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더군요. 개인 신상의 문제이니 이름은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유형은 더 확산할 것으로 보입니다.

좀 더 영역을 확대해 보면 정치권에도 '스타'의 출연을 기대할지 모를 일입니다. 너무 많이 나가긴 했지만, 대권의 싹을 키우려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몇 년 전 나훈아의 신곡 '테스 형'의 가사 한 줄이 생각납니다.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 형'

정치의 영역이 어떤 곳입니까. 결론은 방법입니다. 윤 대통령이 던진 이 한 마디에 누가 열매를 따 먹을지 지켜볼 뿐입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