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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구 영종도 수하암을 찾아오는 저어새들의 대체 서식지로 조성된 인공섬 '영종저어도'에서 저어새가 번식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관찰됐다. 영종저어도에서 저어새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2.7.22 /영종환경연합 제공

인천 중구 영종도 수하암을 찾아오는 저어새들을 위해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인근에 대체 서식지로 조성한 인공섬 '영종저어도'에서 저어새가 번식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관찰됐다.

인천 영종도 갯벌에서 철새를 모니터링하는 환경단체인 영종환경연합은 영종도 제2준설토 투기장 인근에 만들어진 영종저어도에서 60개 이상의 저어새 둥지를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영종저어도에서는 현재 저어새 120여 마리가 태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투기장 공사 영향 부화에 실패
현재 60개 둥지 120마리 출생 추정
"내년 더 많은 저어새 찾을 것"

인천해수청은 2019년 제2준설토 투기장과 550m가량 떨어진 곳에 695㎡ 규모의 영종저어도를 조성했다. 제2준설토 투기장 공사 영향으로 저어새가 주요 번식지인 수하암에서 둥지만 틀고 부화를 하지 못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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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구 영종도 수하암을 찾아오는 저어새들의 대체 서식지로 조성된 인공섬 '영종저어도'에서 저어새가 번식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관찰됐다. 영종저어도에서 저어새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2.7.22 /영종환경연합 제공

매년 수하암에는 70여 마리 저어새가 찾아와 번식했다. 하지만 제2준설토 투기장 공사가 시작한 2018년 수하암에선 처음으로 저어새들이 번식에 실패하게 된다.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단 한 쌍의 저어새도 번식에 성공하지 못했다.

제2준설토 투기장 조성으로 수하암과 육지 사이 거리가 150m 정도로 가까워지면서 너구리 등 천적 육상 동물에 의해 저어새들이 번식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천해수청은 수하암과 500여m 떨어진 곳에 영종저어도를 만들었으나, 저어새들이 잠시 머무는 모습만 포착됐을 뿐 3년여 동안은 번식하는 개체가 없었다. 저어새는 경계심이 많아 새로운 장소에 둥지를 만드는 것을 꺼린다고 한다.

영종저어도에는 저어새와 서식지를 공유하는 한국재갈매기들이 먼저 자리를 잡았고, 올해 드디어 저어새들도 이곳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영종환경연합 홍소산 대표는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와 번식하는 저어새의 특성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더 많은 저어새가 영종저어도를 찾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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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구 영종도 수하암을 찾아오는 저어새들의 대체 서식지로 조성된 인공섬 '영종저어도'에서 저어새가 번식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관찰됐다. 영종저어도에서 저어새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2.7.22 /영종환경연합 제공

다만, 저어새가 영종저어도에서 꾸준히 번식하게 하려면 주변 서식 환경을 더욱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저어새 서식지였던 수하암에도 저어새가 계속 찾아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립생태원 황종경 연구원은 "주변에 갯벌이 많아 저어새들이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좋지만, 육지와 가까운 점은 저어새의 서식에 위협이 될 만한 요소"라며 "저어새가 번식하는 3~10월까지는 영종저어도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천적 육상 동물의 접근을 막을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