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모두 일하며 행복 원하고
울고 웃으며 삶의 의미 찾아가
인권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익숙했던 세상에 균열을 내는 작은 용기다. 다양한 인종이 있는 한국 사회에서 '살색'이라 이름을 붙인 크레파스에 의문을 품은 사람, 장애인이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는 구조가 차별이라 생각한 사람 등 익숙한 사회에서 불편함을 느낀 이들의 용기로 세상은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변해왔다. 용기는 사회를 움직이는 연료가 되었고 사람들이 제기한 질문은 권리가 되었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노동의 권리 등. 낯선 것에 이름을 붙여 관계를 만들 듯 인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면서 다양한 권리 목록이 만들어졌다. 그 무수한 과정이 쌓여 '권리를 보장하라' 요구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이 침해되었을 때 문제라고 말할 힘이 생겼다. 이런 소중한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시키는 과정에서 국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정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휘청거리는 인권 현실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정부가 어떤 시선으로 사회를 보느냐에 따라 대응이 달라진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을 대하는 태도를 봐도 그렇다. 각 관계부처 장관들은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을 이기적 행동, 철 지난 폭력, 불법적 투쟁이라 몰아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불법 상황이 종식되어야 한다며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의 시선은 정확히 대우조선해양 사측의 입장과 일치했다. 정부는'왜 싸우는가, 어떻게 극단적인 상황까지 이르렀는가'를 헤아리기보다는 기업의 입장에 서서 노동자들의 싸움만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파업할 권리를 보장하는 국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자를 문제라 낙인찍는 시선만 있을 뿐이었다.
삶과 연결된 노동자 권리 보장
정권 바뀌어도 변하지 말아야
그 사실 정부만 모르는것 같아
"배는 우리가 만드는데, 존재는 없어요." 대우조선해양에서 20년 동안 용접 일을 한 노동자의 말이다. 열심히 노동하지만, 존재를 삭제당한 채 살아왔던 시간. 노동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니 익숙한 일상은 불평등과 불공정이 가득한 곳이 되었다. 일터를 바꾸겠다는 작은 용기로 싸움이 시작되었고 결국 임금인상 등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지금도 에어컨 없는 현장을 바꾸고자 쿠팡의 노동자들이,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파리바게트 노동자들이 거리에서 싸우고 있다. 노동과 인권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며 삶을 바꾸기 위해 나섰다. 경제 성장, 기업 이윤 창출을 위해 노동자들의 권리 요구를 불편한 것이라 여기는 정부의 낡은 시선이 변화를 더디게 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노동한다.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 때로는 울고 웃으며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이렇게 모두의 삶과 연결된 중요한 노동,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아야 할 정부의 기본적인 책임이다. 그 주요한 사실을 정부만 모르는 것 같다. 지금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누구의 입장에서 세상을 볼 것인가'라는 인권의 기본적인 질문 아닐까.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