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FC 별명은 '생존왕'이다. 고액 연봉자가 적고, 선수층이 얇아 중·하위권을 맴도나 2003년 창단 이후 한 번도 2부리그로 강등된 적이 없다. 전반기엔 바닥권에 머물다 8월께부터 힘을 낸다. 팬들이 올핸 틀렸다고 체념할 즈음 차곡차곡 승점을 쌓은 뒤 마지막 경기에서 리그 잔류를 결정짓는 극장드라마를 연출한다. 2019년 10위로, 2020년 11위로, 지난해 8위로 턱걸이했다. 시·도가 운영하는 구단 중 유일하게 2부리그 경험이 없다.
'파랑검정'은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응원하는 서포터스 그룹이다. 구단 유니폼 배색인 푸른색과 검은색에서 유래했다. 인천 팬들 성향이 꽤 흥미롭다. 리그 초반엔 홈경기장이 썰렁하기까지 하다. 성적이 좋아도 관중이 늘지 않는다. 선수들도 야속하다 푸념할 정도다. 그런데 순위가 밀려 강등권이 되면 더 많은 팬이 구장을 찾는다. 원정 경기에도 몰려가 상대 팀 팬들을 기죽게 한다. 가을이 되면 좀비처럼 살아나는 유나이티드의 무서운 뒷심엔 열정으로 무장한 찐팬들이 있는 것이다.
팬들이 인천 유나이티드 전달수 대표 구하기에 나섰다. 지난주 인천시청 앞에서 전 대표의 유임을 촉구했다. 트럭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에선 유임을 청하는 팬들의 애원에 전 대표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재생됐다. 전 대표는 2020년 여름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임하려다 선수단과 팬들 만류로 뜻을 접었다. 이달 중순 새 구단주인 유정복 시장에게 사의를 전했다고 한다.
전 대표는 2018년 박남춘 전 시장 권유로 구단과 인연을 맺었다. 개인 사업자로, 축구단 운영 경험은 없으나 특유의 친화력으로 팬들과 소통하는 조직으로 변모시켰다는 평가다. 성적보다는 팬들과의 유대가 먼저이다 보니 일체감이 각별하다고 한다. 고(故) 유상철 전 감독이 지병으로 사망하자 팬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보태기도 했다.
전 대표 사의엔 구단주 교체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나 본인은 부인한다. 외부 압력은 없었고, 구단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결정했다는 거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상위권(5위)에 올라 미끄러질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호불호가 있겠으나 역대 대표 중 최고의 리더라는 소리가 들린다. 올해 초 유임된 그의 임기는 2024년 12월까지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