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를 시작으로 물가는 폭등했고, 금리와 환율은 천장을 뚫고 고공 상승하고 있다. 물가가 치솟고 있지만 경기는 하강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짙어지고 있다.
지난 3년간 우리를 괴롭힌 코로나19마저 재확산 국면에 접어든 데다, 경기마저 크게 위축되면서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은 갈수록 얇아지고 삶은 팍팍해지고 있다.
어려운 국면에 그나마 국민이 기댈 희망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정치가 희망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민생이 어려울수록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도, 이를 돌파하기 위한 해법도 정치권이 제시해야 한다는 뜻일 테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 현실은 한마디로 한심스럽다. 아군과 적군을 나눠 서로를 겨냥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민생위기를 꺼내 드는 척 하다가도 말미는 결국 상대를 향한 총질로 끝맺음한다.
전후를 멀리 보고 따질 것도 없다. 최근 열린 윤석열 정부의 첫 대정부질문만 봐도 그렇다.
국민 입장에선 여야가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도 시원찮은 판에, 민생은 뒷전으로 팽개치고 정국 현안에만 매몰돼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탈북 어민 북송 사건'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경찰국 신설'과 '인사 문란 논란' 등을 집중 공격하기 바빴다.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 간 힘겨루기야 매번 반복돼 온 일이라 그러려니 하면서도 한편으론 속상하고 서운한 게 국민의 심정이다.
국민의 삶이 피폐해진 지금의 '3고(高)' 시대에 단 한 번만이라도 여야가 의기투합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인가. 국민은 입으로만 민생을 말하는 정치는 원하지 않는다. 국민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 말과 행동을 구분하지 못할 것이라 속단하지 마시라.
/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