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도 당당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인천 남동구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여부를 점검하던 뇌병변장애인 이종진(53)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민간단체 '함께걸음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인천시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권리중심 맞춤형 공공일자리'에 참여 중인 중증장애인이다.
권리중심 맞춤형 공공일자리(4월18일자 6면 보도=[장애인의 날 기획 '차별을 넘어'·(1)] 우리도 일할 수 있다)는 중증장애인이 '권익옹호활동' '문화예술활동' '장애인인식개선활동' 등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는 3대 직무에서 일하며 급여를 받는 일자리다. 중증장애인이 일하며 사회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마련해 주자는 취지다.
장애인 편의시설 모니터링 현장
이종진씨 "화장실 비품실 전락"
이씨를 포함한 중증장애인 3명은 최근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남동구 내 공공기관에 설치된 장애인 편의시설을 모니터링했다. 이씨는 맨 먼저 남동구 논현동 한 행정복지센터를 찾아가 시각장애인 점자, 장애인 화장실·주차장, 휠체어 경사로 폭 등을 살폈다. 그는 행정복지센터 2층과 3층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없고, 안전손잡이가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이씨는 "시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 바로 행정복지센터인데, 이처럼 장애인 편의시설이 미비한 센터가 많다"며 "저번에 점검했던 다른 행정복지센터는 장애인 화장실을 잘 갖춰 놓고도 청소도구를 넣는 비품실로 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공기관을 비롯해 남동구 지역을 지나는 인천도시철도 2호선 역사 등 각종 시설을 점검해 자료집을 낼 계획이다.
투쟁단, 근무시간 확대 등 요구
인천시는 지난 4월 권리중심 맞춤형 공공일자리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남동구 등 인천 9개 군·구에서 총 27명의 중증장애인이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근무 시간은 주 14시간씩 월 최장 56시간이다.
인천지역 장애인단체 등이 구성한 '420 장애인차별철폐 인천공동투쟁단'은 이런 권리중심 맞춤형 공공일자리를 내년까지 100개 이상 늘리고 근무시간도 월 90시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장애인 중에서도 중증장애인 취업률은 더욱 낮다. 중증장애인 노동권 확보를 위해 지자체에서 권리중심형 맞춤형 공공일자리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 장애인정책과 관계자는 "내년까지 관련 일자리를 100개까지 확대하고 근무 시간도 늘릴 방침"이라며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개선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