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장까지 닿을 듯한 투명한 공간 안에 차곡히 쌓여있는 유물들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곳.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는 민속유물과 아카이브 자료를 보관하고 공개해 활용하는 이른바 '개방형 수장고'이다.
지난해 7월, 서울 삼청동 국립민속박물관 수장고에서 8만6천여 건의 민속유물과 81만5천여 건의 아카이브 자료를 옮겨와 일반에 공개한 이곳이 개관 1년을 맞았다.
항아리·맷돌·소반 등의 유형 민속유물과 사진·음원·영상과 같은 무형 민속자료로 가득한 국내 최대 민속자료센터인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는 지난 1년간 다양한 시도를 하며 새로운 형태의 박물관 만들기를 지향하고 있다.
소반·항아리에 사진 등 무형자료 가득
보존환경 민감한 유물 영상으로 만나
개방형 수장고의 의미를 단순히 보존하고 공개하는 것에서 나아가 관람객들이 주체가 되어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해 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아트가 덧입혀진 공간은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박물관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투명 유리창 안의 수장고는 조도와 온습도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재질의 유물들이다. 그 외에 보존 환경에 민감한 자료들은 안쪽에 보관되어 있는데 관람객의 눈으로 확인하기가 어렵다.
그러한 장소의 한계는 저 수장고 안에는 어떤 유물이 있는지, 또 그 유물들은 어떻게 쓰이는지를 담은 흥미로운 영상으로 극복했다. 유리 너머에 보관된 유물의 위치와 모양, 조형미, 실제 쓰이는 모습 등이 창과 벽면, 통로 바닥을 비추는 프로젝션 미디어 아트로 구현됐다.

박물관에 새로 들어오는 소장품의 실측과 등록 업무를 진행하는 7 수장고에도 관람객들의 이해를 높여줄 영상을 제작해 벽면을 채웠다. 실제 직원들의 업무가 이뤄지지 않을 때는 해당 영상을 보며 이곳에서 하는 일을 파악해볼 수 있다.
유리 너머 훤히 보이는 프로젝션 구현
공예작가와 '전통·현대 잇는 전시' 눈길
수장고가 전시장이 된 파격적인 시도, 박물관의 첫 전시인 '소소하게 반반하게'도 진행 중이다. 소반과 반닫이 등이 보관된 16 수장고에서 전통과 현대를 잇는 공예작가 13명이 참여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이 전시는 기존 뮤지엄의 기획전시에 익숙한 관람객들이 수장고 박물관을 좀 더 친근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장인들의 섬세함이 녹아있는 옛 물건들의 전통을 작가들이 재해석해 형태, 재질, 색감 등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한 현대 공예 작품이 색다른 매력을 뽐낸다.

또 박물관 곳곳에는 유물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키오스크와 아카이브 자료실이 잘 마련돼 있으며, 박물관 자체적으로 만든 시스템에 의해 유물의 정보는 수시로 업데이트가 되고 있다.
김종태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유물과학과장은 "개방형 수장고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보의 활용이다. 많은 유물을 보여줌으로써 다양한 목적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그것을 각자 자기 것으로 만들어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또 다른 한국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는 사용자가 이끌어 갈 수 있는 개방형 수장고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