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은 더 뛰어야죠!"
한국 핀수영 '간판' 윤영중(38·경기도청)은 불혹에 가까운 나이에도 세계 최정상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23일 콜롬비아 산티아고 데칼리에서 열린 2022 세계핀수영선수권대회 남자 호흡잠영 400m 종목 결승에서 2분43초00의 한국신기록으로 금빛 물살을 갈라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자신보다 17살이나 어린 독일의 뫼르슈테트 유스튜스(2위·2분50초23)를 큰 격차로 따돌린 기록이었다.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에서 26일 막 귀국한 윤영중의 목소리엔 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생기 넘치는 목소리로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을 올해도 지킬 수 있어 영광"이라며 "경기도청 팀과 이현영 감독을 비롯해 주위의 응원이 있어 우승을 이뤄낼 수 있었다"며 우승의 기쁨을 드러냈다.
올해 선수권 호흡잠영 한국신金
"부상 피하려고 더 철저한 관리
10월 전국체전 메달 훈련 열중"
윤영중이 핀수영 성인 국가대표로 활약하기 시작한 건, 그가 중학교 3학년 때인 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을 좋아해 취미로 수영을 즐기던 그의 눈에 '큰 오리발' 같은 핀(fin·물갈퀴)을 착용하고 쏜살같이 물을 가르는 성인 핀수영 동호인들의 모습이 콱 박힌다.
윤영중은 "호기심을 어떻게 아셨는지 당시 수영 강사님의 권유로 핀수영을 접하게 됐다"며 "동호인 아저씨들이 비싼 장비도 빌려주고, 훈련에 여러모로 도움을 줘서 국가대표까지 이를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22'라는 숫자의 시간이 보여주듯 이미 '베테랑'인 그가 태극마크를 단 이후, 이뤄낸 성과는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넘친다. 작은 '산소탱크'로 물속에서 호흡하는 주종목 잠영은 물론, '스노클'을 통해 숨을 쉬는 표면종목에도 정상급 실력으로 국제대회 시상식에 자주 이름을 올리고 있다.
콜롬비아 세계선수권 직전, 미국 버밍햄에서 열린 월드게임 남자 표면 400m에서 아시아 기록으로 준우승하며 전천후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태극마크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세계 정상급 실력을 유지하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윤영중은 지나온 시간과 무관하게 종목을 대하는 성실한 태도만큼은 변함이 없다고 자신했다. 그는 "부상을 피하려고 전보다 몸 관리를 더 철저히 하는 게 달라진 부분이지,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하는 건 과거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그의 곁에서 동료처럼, 때론 스승처럼 버팀목인 존재들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소속팀인 경기도청의 이현영 감독과 오랜 시간 대표팀에서 함께 해온 이장군 선수(현 인천체고 코치)가 그런 이들이다.
윤영중은 "경기도청에 오고 나서 감독님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게 코치이자 때론 친구처럼 도움을 크게 준다"며 고마워했다. 더불어 윤영중이 틈나는 시간마다 이 선수를 찾아 훈련을 함께하는 것은 그의 말마따나 "20년 넘게 해온 동료로서 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윤영중과 인터뷰를 마칠 즈음, '은퇴'란 단어는 잠시 미뤄도 좋겠다는 생각이 섰다. 그는 "한국 나이로 서른아홉이지만, 앞으로 5년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장 10월에 열리는 전국체전 메달을 위해 훈련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