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대학 밖 학생들의 방학생활도 학내 분위기처럼 여유로울 거란 생각을 버린 지 오래다. 지금 이 시각에도 그들은 각자의 꿈을 좇아 다채로운 경험과 고민으로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방학을 활용해 갖가지 '스펙'을 쌓거나 누군가는 아르바이트로 일당을 벌고 있을 수 있다. 또 누군가는 배낭 하나 둘러메고 그간 못했던 해외여행을 떠나 세계를 체험하고 있을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무의미하다고 아무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학생과 여름방학에 관한 이런저런 상념에 빠지다 문득 몇 년 전 어느 한 제자의 여름방학이 떠올랐다. 그는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한 중학생의 멘토가 돼 여름방학 내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며 자신의 봉사경험을 들려줬다.
그 제자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저소득층 청소년 지원프로그램에 자원했고 그 인연으로 만난 동생과 여름방학을 함께한 것이다. 최근 들어 방학기간 대학생을 대상으로 이런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사실 대학생이 아니면 이런 프로그램 운영은 거의 불가능하다. 당시 이 제자는 태어나 처음으로 참여한 봉사를 통해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된 게 가장 보람됐다는 제법 의젓한 생각을 전했다.
인간에게 시간은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며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180도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다. 특히 이제 막 성인기로 접어든 대학생들에게 시간관리는 그 어느 시기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요즘 대학생들은 외국어 공부, 전공 공부, 취업 준비 등으로 방학이라도 팍팍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대학에서 특강으로 가르칠 정도니 오늘날 대학생에게 시간관리가 어떠한 의미인지 어느 정도 감이 잡힐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시간관리의 성공을 꼭 눈에 보이는 성과물로만 평가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스펙과는 상관없다. 수입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성적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 앞서 말한 그 여름방학의 제자처럼 마음으로 느끼는 보람도 시간 관리의 성과물이라 볼 수 있지 않은가. 요즘처럼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된 '과열경쟁시대'에 지나치게 감상적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면 절대 무의미하지 않다. 긴 안목으로 인성 수양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봉사는 인성교육의 가장 적절한 수단이자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경험이다. 대학에서도 인성교육이 강조되는 것은 탁월한 전공능력이나 화려한 경력을 소유하는 것보다는 공동체 내 한 개인으로 스스로 삶의 목적을 정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이 학교생활은 물론 취업현장이나 사회 각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대학생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이 많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이 빛나는 봉사가 필요한 곳이 생각보다 많다. 대표적인 예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올해 부활한 '농활'을 들 수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 2년 동안 농촌은 그나마 보탬이 됐던 '외국인 계절제 근로자' 공급마저 끊기며 일손 부족이 더욱 심해져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다. 이 현장에 여름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변변한 입시학원 하나 없는 시골 변두리 마을에 찾아가 중·고교생에게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를 자처하고 나서는가 하면 홀몸노인들의 낡은 집을 고쳐주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대학 강단에 서는 교수로서 그들의 뜨거운 열정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지복 서정대학교 글로벌융합복지과 학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