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이후 강화 돼지농가 르포
지난 29일 인천시 강화군 불은면 돼지 농가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이 농가는 약 3년 전인 2019년 9월 강화도를 덮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영향으로 1천400여 마리 돼지를 모두 살처분한 후 지난해 1월부터 2천여마리의 돼지를 다시 키워 올해 4월부터 돼지를 출하하고 있다. 2022.7.2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제 겨우 돼지를 출하하고 있는데, 사룟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 답답하기만 합니다."

지난 29일 인천 강화군 불은면에 있는 양돈 농장에서 만난 조규성(51)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치솟는 국제 곡물 가격 영향으로 돼지 사룟값이 크게 올라 농장 운영비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약 3년 전인 2019년 9월 강화도를 덮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영향으로 1천400여 마리 돼지를 모두 살처분한 조씨는 1년여를 기다린 끝에 지난해 1월부터 2천여마리의 돼지를 다시 키우고 있다. 올해 4월부터 돼지를 출하하기 시작했지만, 사료 가격이 너무 올라 돼지를 키우면 키울수록 적자만 보고 있다는 게 조씨의 하소연이다.


ASF로 1400마리 없애고 '새 출발'
2년반 소득 없이 방역시설 지출도
사룟값 인상에 한달 7천만원 부담


대한한돈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0년 말 ㎏당 580원 수준이던 국내 돼지 사료 가격은 올 2분기 827.2원으로 42.6% 올랐다. 지난해 초만 해도 5천만원이 되지 않던 조씨 농장의 한 달 사룟값은 지난달 7천만원까지 올랐다고 한다.

사룟값이 인상되다 보니 돼지 1마리(116㎏ 기준)를 시장에 출하하는 데 드는 비용도 2020년 말 34만699원에서 올해 6월 43만7천344원으로 28.3%나 올랐다는 게 대한한돈협회 측 설명이다.

조씨는 "30년 이상 돼지를 키우면서 사룟값이 이렇게 오른 것은 처음"이라며 "살처분한 이후 2년 반 동안 소득이 전혀 없었고, 정부 방역 기준을 맞추기 위해 방역시설도 새로 설치하면서 돈을 많이 썼다. 수익보다 지출이 더 많아 걱정이 크다"고 푸념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정부가 돼지고기 가격을 낮추기 위해 무관세 물량을 7만t까지 늘린다고 발표하면서 조씨를 비롯한 양돈 농가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그때 폐업지원금 받고 털었어야"
"수입 축산물 무관세 철회" 집회도


조씨는 "수입 물량이 늘어나면 도산하는 농가가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며 "양돈 농가 사정이 너무 어렵다 보니 '살처분했을 때, 정부의 FTA(자유무역협정) 피해 농민 폐업지원금을 받고 돼지를 다시 키우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2020년 6월 돼지고기가 FTA 피해보전직불금과 폐업지원금 지급 대상 품목으로 고시되면서 강화군 내 양돈 농가 중 20여 곳은 폐업지원금을 받고 폐업했다고 한다.

인천시 농축산유통과 관계자는 "사료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을 고려해 인천시가 운용 중인 농어촌진흥기금을 축산 농가에 융자해 주고 있다"며 "정부가 축산 농가에 사료 구매 비용을 빌려주는 '사료구매자금'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한돈협회는 8월11일 서울에서 '축산인 생존권 사수 총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에 수입 축산물 무관세 방침 철회와 사룟값 폭등 대책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