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을 마감하는 이번 한 주는 윤석열 대통령이 툭 던진 문자 한 줄이 세상을 시끄럽게 했습니다.
민주당의 비난 공격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권 내에서 이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결국은 당 지도부의 해체로 번지면서 그야말로 '일파만파'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수습은 고사하고 문제만 더 키우는 모습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보여준 위기관리, 즉 '리스크'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고 반복적으로 지적했지만, 아직도 헤매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움이 더합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한마디를 듣고 싶어 하는 데 엉뚱한 해명만 반복적이네요.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로 바닥 쳐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모두 '네 탓'만 하고 있습니다.
지금 여권은 위기 돌파를 위해 집권여당의 지도체제 전환으로 방점을 잡은 거 같습니다. 윤 대통령이 나서기 보다 '친윤계'가 '이준석 제거'로 응수하는 듯합니다. 아마 대통령이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휴가 기간에 모든 걸 정리하려고 작심한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 추락할지, 불안한 조짐입니다.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 도중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2022.7.26 /국회사진기자단
■ 사단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향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언급한 것이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휴대전화로 알려지면서 시작됐습니다. 윤 대통령과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노출된 것이 시작이었고, 예사롭지 않은 상황에 권 대행이 먼저 사과했지만, 윤 대통령의 명쾌한 입장은 나오지 않은 채 두 차례 정도 대통령실 참모들이 해명한 것이 이준석 대표를 더 자극한 모양입니다.
여권 내에서 이 문제가 심각해져 가게 된 것은 이 대표의 '이 섬, 저 섬' 발언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에 대해 직접 비아냥을 하고 나선 것이지요.
사실 이 대표는 며칠간 별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상당히 침묵하는 자세를 보였지요.
처음 이 문제가 터졌을 때 이 대표답지 않게 참는 모습이 오히려 더 관심이었습니다. '총질만 하는 대표'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울릉도에서 '이 섬에도 할 일이 많다'고만 대꾸를 하더군요. 잘 참지 못하는 성정인데 이런 대응을 보면서 '그 건, 장기적인 전략' 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7일 국회로 출근하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문자내용 공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2.7.27 /국회사진기자단
■ 이 대표의 반응부터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대통령실에서 그러니까 홍보 수석이 나서서 직접 해명을 했습니다. '유감'이라고 하고 오해의 여지가 없었으면 좋겠다. 이준석 대표도 전후 사정을 잘 짐작하고 있을 테니까 특별히 오해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확대 해석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지요.
그런데 이 대표는 곧바로 오해할 여지 없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받아쳤습니다. "오해하지 않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그다음 자신의 페이스북에 '양두구육'이란 사자성어를 활용했습니다. 겉은 번지르르 하나 속은 변변치 않은 것이라는 말이죠. 양두구육이라는 얘기를 하면서 "그 섬에서는 카메라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오고 이 섬은 모든 것이 보이는 대로 솔직해서 좋다"고 했습니다.
여기에서 그 섬은 여의도, 이 섬은 자신이 지금 있는 울릉도를 비유한 것입니다. 정치권을 얘기하는 것이죠. 자신이 도망갈 곳을 마련해두긴 했지만 지금 이 문제는 윤 대통령과 권 대행이 주고받은 사적인 문자가 공개되면서 시작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내부 총질을 일삼던 당 대표 이 말인데 여기에서 이 대표가 받아친 것입니다.
참지 못하고 받아쳤다고 하는 것은 윤 대통령을 겨냥한 것입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앞으로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할 것이라는 부분을 읽히게 하는 대목입니다. 시작이지요.
그러니까 지금 대통령실에서 할 방법은 이 대표에게 어떤 형태로든지 연락을 해서 오해를 푸는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그 방법을 쓴다고 하더라도 이 대표는 대통령을 맞받아치겠다고 하는 뜻을, 참지 않겠다라고 하는 뜻을 내비친 것입니다.
이 대표가 직접 대통령을 겨냥하게 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7일 경북 울릉군 사동항 여객터미널에서 선박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2.7.27 /연합뉴스
■ 여기에서 지금 여권에서 많은 사람의 고민이 있습니다. 이 대표에 대해서 경찰 수사가 앞당겨져야 한다. 다음 달쯤으로 지금 보고 있는데 이 대표의 경찰 수사를 훨씬 더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하는 이야기들입니다. 이 대표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하는 것이고, 그래서 '이준석 문제'를 빨리 정리하는 것이 맞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 '친윤계'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말입니다.
여기에 더해 권성동 대행까지 정리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됐습니다. 강경 모드로 급 전환되는 모양새입니다.
집권 여당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이 대표와 권 대행의 위험까지 정리하고 가야 한다는 정리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배현진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였습니다. 아마도 대통령실의 메신저들과 사전 협의가 있었겠지요. 기자가 확인한 바로는 배 최고위원이 사퇴하기 전날 다른 최고위원 1~2명도 사퇴하기로 했다가 다음 날 뒤집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최고위 구성을 무력화하고,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당은 새로 임명되는 비상대책위원장이, 권 대행은 원내대표만 맡아 투톱 체제를 갖추려는 작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대표가 버티는 상황에서 전당대회를 열기 어려우니 비대위로 전환해서라도 '이준석호'를 허물겠다는 전략입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세력이 아직도 현존하는 만큼 무력으로 이 대표를 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불난 집에 휘발유 뿌리는 격이지요. 어차피 불은 난 것이고 아예 다 태우고 새집을 짓겠다고 작심한 거 같은데, 그게 쉽게 뜻대로 될 수 있을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입장하고 있다. 2022.7.29 /연합뉴스
■ 이 대표를 치지 못하니 권 대행을 제물로 삼으로는 전략입니다. '검수완박' 사과와 '대통령실 9급 공무원' 사과, 이번 '문자 노출' 사과까지를 문제 삼은 것이지요. 명분으로 이번 건은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사적인 메시지가 공개됐다고 하는 부분입니다. 부주의한 권성동으론 지금 당의 안정을 찾을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오늘도 국민의 힘 게시판은 난리가 났습니다. '권성동 아웃'이 많이 주목받고 있네요.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느냐. 권 대행을 아웃 시키면 자동 이 대표까지 건드려야 합니다. 그러나 이 대표가 며칠 전 보인 반응으로 봐서 또 그동안 이 대표의 행태로 봐서도 절대 숙일 것 같지 않다고 하는 점입니다.
이 대표를 잘 아는 정치인에게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대뜸 "이준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 비범함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윤통이 5년을 설계하지 않으면 당도 윤통도 다 망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지금 윤 대통령이 취하는 정무적 판단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얘기하는 걱정이었습니다.
사실 윤 대통령에 대한 공격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기정 정치인들이 대통령의 '역린'을 안 건드리고,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챙기려는 관계라면 이 대표는 더 명분을 좇아갈 가능성이 높지요. 그래서 더 위험하다는 얘깁니다.
위기의 시간 윤 대통령은 다음 주부터 5일간 정국 구상을 위한 여름휴가에 들어갑니다.
지난 해 대선 후보 경선부터 지금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긴 시간이었는데, 되돌아보면 다 좋은 추억일 수 있습니다. 미움을 거두지 못하면 희망의 새 싹을 틔우기 어렵지요. 당이든, 대통령실이든, 이준석이든, 여권에 대해 국민이 원하는 답안을 만들어 복귀 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