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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예전에는 60갑자를 온전히 살아내고 61번째 맞이하는 생일을 '회갑'이라고 부르며 자신이 태어난 해의 갑자를 다시 맞이하게 되는 기념으로 크게 잔치를 하였었다. 당시에는 60년을 사는 것 자체가 힘겹던 시절로 61번째 생일을 맞는 것은 개인의 기쁨이자 동네의 경사였다. 그렇게 장수는 모든 이의 바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양질의 영양공급과 쾌적한 환경, 발전된 의료서비스 제공 등으로 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장수에는 또 다른 덕목들이 추가되고 있다. 오로지 오래 사는 것만을 추구하던 예전과는 달리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포함하게 되었다. 집안의 어른이 장수를 하는 것은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치매가 시작될 경우 치매환자의 가족들은 환자를 보살피는 과정에서 피로나 수면장애 같은 신체적 부담은 물론 분노, 죄책감, 소외감, 우울증 같은 정서적 부담을 져야 하며 경제적·신체적 부담으로 인해 갈등이 증폭되어 가족 관계에 부정적 변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어르신들께서 많이 이용하는 요양병원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보자면 보살피기 가장 힘겨운 환자는 건강한 치매환자라고 한다. 소통이 힘들 뿐 아니라 맹목적인 행동들은 감당이 어렵고 더 나아가 환자가 완력을 사용할 경우 자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반려견들도 노화와 관련된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할까? 답을 하자면 10살을 넘기면서부터 '강아지치매'라고 부르는 인지장애 증후군이 나타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증상이 모호하고 개체 차이가 크기 때문에 병원에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힘든 질환인 만큼 보호자의 관심이 질병을 파악하는데 가장 중요하다. 현재 반려견이 보이는 행동이 젊은 시절과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 관건으로 해외의 자료에 따르면 9세 이상의 노령견 대략 50%가 인지장애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사람의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인지장애 증후군은 그 증상을 크게 방향감각 상실, 상호작용의 변화, 수면 패턴의 변화, 대소변 실수와 학습 기억력 저하, 불안·활동성 저하 등 대략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구분하고 있다.

반려견의 인지기능에 장애가 오면 익숙한 산책길도 잘 찾지 못하고 아는 길을 걷다가도 갑자기 멈추고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을 보인다. 집에서도 벽이나 허공을 계속 바라보거나 심한 경우 한쪽으로 빙빙 돌기도 한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만큼 집에서 함께 지내는 다른 동물은 물론 보호자에게도 적대감과 공격성을 드러낼 수 있으며 보호자를 반기고 애정을 표현하는 행동도 줄어든다. 또 잠이 많아지거나 극도로 줄어들 수 있어 만성피로에 시달리기도 한다. 배변 실수가 많아지며 기억력·집중력도 떨어지게 된다. 불안감이 증가하여 사소한 일이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밤에 짖는 일도 잦아진다. 활동력도 줄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증상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정도가 심해지며 다양해진다.

인지장애증후군은 당장 반려견의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반려견의 건강과 행복을 저하시키고 반려견을 키우는 가족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으로 보호자는 반려견의 변화를 지켜보며 미안해하고 자책하며 지쳐가게 된다. 인지장애증후군을 막거나 완치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식이 관리와 운동, 약물치료 등을 통해 악화되는 것을 늦출 수 있다. 우선 규칙적인 운동과 산책을 통해 지속적으로 외부자극을 느끼게 해주고 보호자와의 유대감을 강화시키는 것이 필수이다. 만약 신체능력이 떨어져 산책이 힘들다면 유모차를 이용해서라도 산책을 통해 외부자극을 주는 것이 인지기능을 유지하는 길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항산화제의 활용과 전문적인 약물치료를 통해 뇌세포의 사멸을 억제함으로써 인지장애 증후군의 발현 시기와 악화를 늦추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필수다.

증상이 가볍다고 방심하면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악화되는 것이 인지장애증후군이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관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노령견을 보살피는 보호자라면 반려견의 행동을 세밀히 관찰하여 변화상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고 이상이 발견된다면 하루라도 빨리 병원을 방문하여 치료받기를 추천한다.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