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 가지의 경우가 더 존재한다. 사실만을 말했을 경우에도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보고, 이를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다. 어떻게 사실만을 말했는데 고소를 할 수 있는 것일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형법 제307조 1항에 규정된 것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310조에는 예외 규정 또한 존재하는데, 만약 적시된 내용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라는 규정이다. 따라서 폭로가 사실임에도 만약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미투·배드파더스에 맞고소 악용
한국의 처벌, 국제사회서 지탄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이 법의 위헌 여부이다. 실제로 미투(Me too) 피해 사실 폭로, '디지털 교도소', '배드파더스', 그 밖의 여러 내부 고발 사례에서 피해자에게 가해자가 오히려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를 지키고 가해자를 정당히 처벌해야 할 법이 오히려 피해자를 역으로 공격하는 무기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쟁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6년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제70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에 대해 7대 2로 합헌을 결정했다.
그리고 지난 2021년 형법 제307조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규정 또한 합헌을 결정했다. 악용되고 있는 이 법의 위헌성이 모두 기각된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뿐만 아니라 명예훼손을 형법상 범죄로 처벌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미국은 명예훼손을 민사로만 해결하며, 영국의 경우 지난 2016년 위와 관련된 조항을 폐지했다. 또한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처벌 규정이 있으나, 만약 적시된 내용이 사실인 경우 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이 존재한다.
한국의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국제사회에서 지탄받고 있다. 지난 2011년과 2015년, 유엔(UN)은 대한민국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에서 명예훼손을 범죄로 취급하는 것이 개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방법은 아니며, 법에서 가장 우선시할 부분은 표현의 자유와 인권이기 때문이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 이모(18) 학생은 "허위사실, 혹은 불특정 다수나 분명히 대상을 밝히지 않은 적시 행위보다 사실적시는 오히려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반면 김모(18) 학생은 "소수의 나라 만이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형법상으로 처벌한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이 법을 형평성 있고 보편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헌법 아래에서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가해자에게 오히려 더 많은 이익을 주는 법이 지속되도록 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여론을 재검토해 과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본질적 목적은 무엇인지, 이 조항이 누구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되는 조항인지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용인 죽전고 한재영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