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제물포갤러리 제3예술공간에서 열리고 있는 이한수 작가의 개인전 'PSR B1257+12'에서 작가가 제시하는 주요 키워드는 '네트워크'와 '위험' 그리고 '종교'다.
네트워크·위험·종교 키워드 쌍방향 설치
레이저 선 그물망·경고음에 '관객들 멈칫'
물론 작가는 이러한 키워드를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무작정 작업과 맞닥뜨려야 한다. 전시 공간은 제물포 북광장의 쇠락한 상권 건물 지하에 있는데, 전시장 문을 열고 관객이 들어서고 센서가 관객의 동작을 감지하면 작품에 비로소 빛이 든다.
붉은빛을 내는 수백개의 직선이 전시장 천장과 벽면을 가득 채운다. 레이저가 만들어낸 선이 마치 그물처럼 온몸을 뒤덮어 관객으로 하여금 적지 않은 공포감마저 느끼게 한다. 전시장 깊숙이 걸음을 떼는 것을 주저하게 한다.
[전시리뷰]_이한수_개인전_psr_b1257+12_(1).mp4
전시장 한복판에는 공사장에서 볼 수 있는 '러버콘'이 세워져 있고 주위로 불두(佛頭· 불상의 머리) 3점이 놓여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고막을 찢을 듯한 경고음이 들려 멈칫하게 만든다. 이 어둡고 기괴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전시장 내부에서는 그 누구도 행동이 자유롭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어느 누구도 위험을 경고하지 않지만, 관객은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제약한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행동에 따른 내부의 변화를 관찰해가며 조심스럽게 행동반경을 넓혀가게 된다.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안전할 거라는 확신이 생기기까지는 5분은 족히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번 전시를 구성하는 주요 재료는 자연의 빛이 아닌 사람이 만들어낸 인공의 빛 레이저다. 정확히 말하면 레이저(laser) 모듈이 만들어내는 '선(線)'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붉은 선을 쏘는 550개의 레이저 모듈을 사용했고 초록 선을 쏘는 레이저 모듈도 3개를 썼다. 관객의 동작을 감지하는 적외선 센서는 모두 8개가 사용된 쌍방향 설치작품이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전자기파', '별자리', '네트워크', '위험' 등의 은유다.
이한수 작가는 "우리는 전기나 전파로 '네트워킹'이 되어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하늘의 천체 또한 서로 영향력을 주고 받는 거대한 우주의 질서라는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면서 "이러한 네트워크 속에서 보이지 않는 '위험'과 마주했을 때 각자가 반응해야 하는 현실 등이 작품 속에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초 외계행성 확인된 별 이름 '제목'
인천 제물포갤러리 제3예술공간 6일까지
한편 전시제목 'PSR B1257+12'는 1992년 세계에서 최초로 외계 행성의 존재가 확인된 붙박이별이다. 작가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은유로 이 별 이름을 사용했다.
이한수는 홍익대학교와 독일 부라운슈바익 미술대학에서 회화영상을 전공했다. 광주·부산 국제비엔날레, 서울국제미디어비엔날레 등과 영은미술관 경안창작스튜디오, 창동미술스튜디오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번 전시는 6일까지 이어진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