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양극화 문제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은 경제상황도 안 좋다. 국민들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을 보며 느끼는 감정은 임금협상을 앞두고 벌이는 대기업 노조의 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갑갑하고 안타깝고 안쓰럽다. 가로·세로·높이 80㎝의 철제구조물을 '노예감옥' '노동자의 고혈을 짜는 압착기'라고 부르는 데도 그런 국민들의 감정이 투영돼 있다.
그럼에도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국민감정은 아랑곳없이 '앞으로도 노동쟁의가 발생한다면 경찰특공대 투입을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이탄희(용인정) 국회의원이 주도한 대정부질문에서다.
이 의원은 이 장관을 앞에 두고 "행안부장관님 덕분에 특공대 투입 검토가 될 뻔했다. 민간 시위에 특공대 투입한 실례가 있나? 하청 노동자들이 테러리스트인가"라고 따졌다.
그러자 이 장관은 "특공대는 일반 경찰력으로는 제지나 진압이 현저히 곤란한 시설 불법 점거의 경우에 투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비단 테러만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민간인의 시위에 특공대를 투입하는 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다.
이 의원이 다시 특정 단어를 콕 집었다. 그는 "불법 점거다, 어떻게 수사·재판도 안 해 보시고 처음부터 확신하시나"라고 따졌다. 이 장관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반문하다가 몇 차례의 공방 끝에 "현재 불법 점거 상태인 것은 틀림없으니까 그렇다(불법 행위다)"라며 주장을 물리지 않았다.
이 의원은 해당 파업은 지방노동위원회의 쟁의 조정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시작됐으며 쟁의 시작과 유최안씨의 선택 사이에 '사측의 폭력'이 있었음을 전했다. 이 의원은 이 장관이 노동자의 파업에 대해 즉각 '불법' 딱지를 붙인 것처럼 사측의 폭력 행위에 대해서도 판단해 줄 것을 요구했다.
국회 본회의장 화면에 노동자 1명을 에워싼 사측 인사의 폭행 영상이 떴다. 그러나 이 장관은 "글쎄요 제가 그걸 판단할 지위에 있지 않다"고 답했다. 다시 이 의원이 "이 과정에서 50대 여성이 전치 12주의 상해를 입었다. 특수상해, 형법 제 258조의2, 10년 이하의 징역, 벌금도 없다. 이건 불법이 아니겠나" 물었다. 이 장관은 "방금 말씀드린 바와 같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해 봐야 되겠다. 그렇게 갑자기 몰아쳐서 질문하시면 제가 답변하기가 상당히 곤란할 것 같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이 의원의 한숨 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들려왔다. 공방은 띄엄띄엄 이어졌다. 이 의원과 이 장관이 눈싸움을 하는 시간이었다.
이 의원이 "공동입장문에 '불법행위 종료, 중요한 선례 만들었다'(고 썼다), 앞으로도 윤석열 정부가 이런 기조로 노사분규에 대해 대응하겠다는 뜻인가"라고 물었다. 이 장관은 망설임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서 철저하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장관이 빳빳이 핏대를 세운 장소는 국회다. 법과 원칙을 명분으로 민간시위에 특공대를 투입할 수 있다는 뜻을 저렇게 자신감 있게 드러낼 장소도, 국민들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행정부가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에서 차별적 법 집행을 드러내 놓고 '차별적이지 않다'고 우길 장소도 아니다. 이 장관의 답변을 듣고 모욕적이라고 느낀 것은 기자뿐인가.
/권순정 정치2부(서울) 차장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