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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다는건 편안한 상태에 이르지만
개인 심신에너지·사회적 관계 회복
다소 짧은 시간 동안 쉬는 휴게(休憩)와 휴식(休息), 다소 긴 시간 동안 쉬는 휴가, 이 단어에 공통으로 있는 휴(休)의 의미와 가치는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행위적 측면의 휴 의미와 가치이다. 보통 쉰다고 할 때 소극적 여가활동을 한다고 생각한다. 집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보다 운동하거나 취미 활동을 하거나, 여행 가는 것이 적극적인 여가활동으로 자기 계발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뇌연구는 쉬면서 정신을 이완하는 것이 창의성을 높인다고 밝히며 휴식이 중요한 여가활동임을 지적한다. 앤드류 스마트는 저서 '생각을 멈추면, 깨어나는 뇌의 배신'에서 바쁘게 살면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여 멀티태스킹을 하는 현대사회에 인간의 뇌가 적응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깨어 있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뇌의 기저 상태(Default Mode Network: DMN)'로 '멍 때리기'와 명상을 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단순한 분주함은 어떤 새로운 것도 낳지 못한 채 이미 존재하는 것을 재생하고 가속화할 뿐이고, 쉬면서 정신을 이완하는 상태에 있을 때 창의적인 것을 도출할 수 있다.
둘째, 시간적 측면의 휴 의미와 가치이다. 우리는 제한된 심신 에너지를 고려하여 어떤 일을 계속하지 않고, 반드시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시간적인 휴는 우리의 심신 에너지를 보전하여 자기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인간관계 유대감을 높이는 '사회 연결재(social network good)'로서도 중요하다. 크리스토벌 영과 임채윤은 개인 여가시간이 늘어나도 공동의 여가시간이 부족하여 사람들이 일정짜기 제약을 갖는다고 지적하면서 공통의 쉬는 시간이 사회 연결재로서 중요함을 밝혔다.
셋째, 공간적 측면의 휴 의미와 가치이다. 쉰다는 것은 단순히 행위나 시간 차원의 의미만 갖는 것이 아니라 공간적 의미도 포함한다. 사무실에서 무목적의 장소와 여백의 공간이 있어야 잠시 쉬거나 다른 사람들과 잡담하면서 교류할 수 있다. 마을에 쌈지공원과 벤치 같은 쉬는 공간이 있음으로써 가던 길을 멈추고 쉬거나 다른 사람과 조우할 수 있다. 무목적의 여백 공간, 휴식의 공간이 있음으로써 자기 자신과 타인을 돌아보면서 삶을 성찰할 수 있게 된다.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폭 넓혀
고립감·갈등문제 완화해 갈 수 있어
많은 사람들 충분히 사용하길 기원
휴(休)의 한자어 뜻을 좀 더 살펴보면 '쉬다'의 뜻 외에 '편안한 경지에 들다, 그만두다, 좋다'라는 뜻이 있다. 쉼으로써 편안한 상태에 이르지만, 동시에 문제적 상황의 발생을 그만두게 할 수 있다. 쉼으로써 개인의 심신 에너지 회복만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회복,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폭을 넓혀 사회적 고립감, 사회갈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것이다. 휴식과 휴가 시간을 자신의 심신 회복에 쏟을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회복과 타인에 대한 공감 확대의 장으로 쓸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충분히 사용하는 8월이 되기를 기원한다.
/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