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미 원장
김보미 윌스기념병원(수원) 수면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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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회사에서 실시하던 재택근무가 줄어들고, 회사로 출근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지각해서 상사의 눈치를 보거나 소중한 급여가 줄지 않도록 아침 알람을 이중삼중으로 맞추고 잠을 잔다. 아침에 알람을 몇 차례 끄고, 어느 정도 뒤척이고 나서야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무거운 몸을 이끌고 씻으러 간다.

요즘 직장인들의 모습일 것이다. 특별히 무리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매일 졸리고 피곤하다. 이 때문에 알람을 매분 혹은 5분마다 몇 차례씩 맞춰 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습관이 우리를 더 피곤하게 만든다.

실제 하버드대 오퓨 벅스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알람을 듣고 일어나 끄고 다시 잠드는 사람들은 피로감 유발 물질인 아데노신 호르몬이 분비되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이것이 반복되면 오히려 피로를 누적시켜 만성피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수면 관성(Sleep Inertia)'이라고 한다. 수면 관성은 자다가 일어난 뒤 한동안 잠에서 깨지 못하고 비몽사몽 한 상태를 말한다. '관성'은 물리학에 나오는 용어로 어떤 물체가 외부로부터 힘을 받지 않을 때 처음의 운동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성질이다.

정지해 있는 물체는 정지상태를 계속 유지하려 하고, 운동하고 있는 물체는 계속 운동을 하려는 성질이다. '수면 관성'은 계속 잠을 자려는 성질로, 일어났지만 자는 것처럼 가수면 상태가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졸린 상태는 1분에서 길게는 2시간까지 지속된다.

아데노신 호르몬 분비 수면 질 떨어져
커튼 열어 햇볕 쬐거나 식사 하면 도움


알람을 여러 차례 맞춰 놔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 수면 관성 시간이 길어져 더욱 피곤해진다.

잠에서 깰 때엔 뇌가 코르티솔과 도파민과 같은 각성 호르몬을 분비해 몸을 깨운다. 그렇지만 곧장 알람을 끄고 다시 누우면 졸음을 유발하는 아데노신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렇게 되면 짧은 순간에 호르몬의 급변이 반복되면서 잠을 깨기가 더욱 어렵고, 얕은 잠을 자게 되면서 만성피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수면 관성은 낮잠과도 연관이 있다. 낮잠을 오래 자면 오히려 몽롱할 때가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호르몬(아데노신)이 뇌와 몸을 지배하기 전에 얼른 깨는 것이 좋다. 즉, 낮잠은 30분 이상 자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성피로를 예방하고 수면장애를 막기 위해선 수면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해진 시각에 잠들고 깨도록 하며, 알람 소리가 크게 울리도록 한 번만 설정한 후 알람이 울리면 바로 일어나야 잠을 깨기 쉽다.

알람을 한 개만 맞추는 것이 불안하다면 알람 사이의 간격을 넓게 설정하고, 점차 그 개수를 줄여나가도록 한다.

또한 알람 소리를 주기적으로 변경해 익숙함에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일어나자마자 커튼을 열어 햇볕을 쬐면 잠에서 깨는 데 도움이 되고, 잠에서 깬 지 1시간 이내에 식사를 하면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