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집 마당을 차지한 대벌레 떼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루 3~4번 마당을 쓸어냈지만 벌레는 계속해서 나타났다. 현관문을 열면 대벌레가 머리 위로 후두두 떨어지기도 했다.
경기도 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벌레 떼(7월8일자 7면 보도=고양시, 러브버그 급증에 방역 '진땀'… 시민들 민원 쇄도)가 출몰하면서 지자체와 시민들이 곤혹을 치렀다. 지자체는 민원이 쇄도하자 이를 잠재우기 위한 방역에 나섰고, 일부는 대대적인 보도를 통해 선제 방역을 홍보하기도 했다.
곤충이 다수 출몰한 데는 고온 다습한 기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대개 곤충은 습도가 높은 때를 선호하는데, 연초에 유독 가뭄이 심했던 만큼 7월 말 장마와 맞물려 습도가 갑자기 높아졌고 벌레가 출몰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관련 연구가 한창이지만, 문제는 방역에 있다. 지자체는 보통 방역 전담팀이 현장에 출동해 녹지에 살충제를 살포하거나 선제 방역을 하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고온다습 기후에 곤충 다수 출몰
혐오스럽다는 이유 살충제 분사
인체 악영향 미칠까 역효과 우려
이를 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사람들에게 '혐오스러운 존재'로 비친다는 이유만으로 무분별한 방제 작업을 하다 보면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가와 녹지에 방제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익충이 함께 죽을 수 있고 인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러브버그는 유기물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익충으로, 살충제를 분사하지 않아도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자연사한다.
한영식 한숲 곤충생태교육연구소 대표는 "기후 변화로 벌레가 발생하는 것 못지 않게 대처 방식이 문제"라며 "생태환경은 수많은 생물이 있어야만 유지된다. 생물을 죽이는 과도한 방역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내 한 방제 담당자도 "벌레가 나왔다는 민원이 접수되면 무작정 방역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난감한 경우가 있다"며 "살충제를 살포하면 딱정벌레, 무당벌레까지 함께 죽는다. 최대한 녹지 방역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