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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현 용인소방서장
화재 초기 소화기 1개는 소방차 1대의 역할을 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주택용 소방시설로 초기 화재를 막아 피해를 최소화한 사례와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울려 잠이 든 상태나 주변을 지나는 사람이 화재 사실을 인지해 피해를 줄인 사례가 많이 소개된 바 있다.

주택용 소방시설이란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말한다. 소화기는 소화 약제를 압력으로 방사하는 기구로 사람이 수동으로 조작해 소화에 사용한다. 화재 안전 기준을 충족하고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형식 승인을 받은 제품이어야 한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화재에 의해 발생된 열과 연기를 감지해 작동하는 것으로, 감지기가 단독적으로 내장된 음향장치에 의해서 경보를 울려 주변 사람들에게 화재 사실을 알려준다. 마찬가지로 화재 안전 기준을 충족하고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형식승인을 받아야 한다.

소방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주택화재는 7만6천472건으로 전체 화재의 18.4%를 차지하고 있으나 사망자 수를 보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1천454명(46.9%)에 이른다. 이러한 인명·재산 피해를 줄이고 안전한 주거환경을 만들기 위해 2017년 2월5일 개정된 소방시설법(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고 아파트를 제외한 모든 주택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미·일, 주택 소화기·화재경보기 설치 의무화
사망자 각각 56·12.4% 감소… 우리와 대조적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미국은 1978년 설치율 32%에서 2010년 96%를 달성한 결과, 32년간 화재 사망자가 56% 줄었고 일본은 2008년 36%에서 2014년 80%로 설치율을 늘리자 같은 기간 화재 사망자는 12.4% 감소했다. 우리나라보다 일찍 주택용 화재경보기 설치 의무화를 시행하고 설치율 분석을 통해 주택화재로 인한 사망자 감소 효과를 입증한 것이다.

소방서는 주택용 소방설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저조한 설치율을 높이기 위해 대면과 비대면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우선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관련 포스터나 사진 등을 게시한 전시회를 열어 시민들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 주택용 소방설비로 인한 화재 피해 저감 사례를 알리기 위한 포스터나 카드뉴스, 영상 등을 제작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유튜브, 홈페이지 등에 게시했다.

용인시의 협조로 BIS(버스정보시스템)와 시에서 관리하는 전광판에 홍보 포스터를 송출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주택용 소방설비에 대한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택용 소방설비의 보급 확대와 화재 안전망 구축을 위해 전국 소방관서에 통합지원센터(원스톱 지원센터)가 운영 중이다. 주택용 소방시설 판매처, 구매 방법 안내, 소화기 사용법·감지기 설치법 교육 등을 통해 국민들이 쉽게 주택용 소방시설을 구매하고 설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고령자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 가구에는 직접 방문해 설치를 지원하는 기능도 하고 있으며 각 지자체 예산과 여러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으로 무료 보급·설치가 가능하다. 보급된 주택용 소방시설에 대해 정기적인 점검과 교체 등 사후관리 역시 진행될 예정이다.

용인시 협조 다양한 방법으로 설비 홍보 진행
'작은 소방차' 1대씩 비치 안전한 생활 유지를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구획된 실(방)마다 설치해야 한다. 먼지와 습기 등에 예민하기 때문에 오작동 방지를 위해 주방과 화장실 입구, 냉·온풍기의 바람이 직접적으로 향하는 곳은 피해서 설치하는 것이 좋다. 오작동이 발생하면 리셋 버튼을 누르고 주기적으로 버튼을 눌러 경보음이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사용기한은 일반적으로 10년이지만 주기적으로 점검해 화재 시 정상 작동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소화기는 세대별, 층별로 1개 이상을 설치해야 하며 약제가 굳지 않도록 매달 한 번씩 거꾸로 들어서 흔들어 주고 손잡이 부분 압력 게이지가 녹색에 위치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여러 투자로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도 좋지만 재산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적은 투자로 우리 가정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작은 소방차' 한 대씩 구매해 안전한 10년을 보내길 바란다.

/서승현 용인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