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웨이하이(威海)시가 인천시의 '인천 백령도~웨이하이시 국제항로 개설' 요청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중국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코로나19가 지속해서 확산하는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인천시는 최근 중국 웨이하이시와 가진 '5차 지방경제협력 공동위원회' 회의에서 백령도와 웨이하이시를 연결하는 국제항로 개설을 위해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웨이하이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답했다는 게 인천시 설명이다.
해양 국제항로 개설은 정부 간 협의 사항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정부는 보통 9~10월에 열리는 한중 해운회담에서 항로 개설 문제를 논의한다. 백령도~웨이하이시 항로 개설을 위해 웨이하이시가 중국 상무부 측에 이 사안을 건의하는 등 노력해 달라는 게 인천시 요청이었다.
인천시는 이번 회의에서 "백령도의 경우 사곶해변과 콩돌해안 등 천혜의 관광자원을 바탕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다"며 "웨이하이시와의 항로가 개설된다면 물동량 확대로 환황해권 해양경제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관광객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두 도시의 노력만으로 국제항로 개설 여부가 결정되는 건 아니지만, 잘 해결되도록 적극적인 관심을 요청한다"고 했다.
'5차 지방경제협력 공동위' 회의서 인천시 협조 요청에 '부정적 입장'
한한령·코로나 확산 등 영향 해석… 市 "경제 활성화 위해 우선 추진"
하지만 웨이하이시 입장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것이었다. 웨이하이시는 중국 정부에서 호의적이지 않다고 설명한 뒤 이같이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중국의 한한령, 코로나19 지속 확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인천시는 해석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백령도와의 항로 개설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백령~웨이하이시 항로 개설에 앞서 인천시를 중심으로 추진됐던 백령~룽청(榮成)시 항로 개설에 대해서도 중국은 "백령도의 지리적 위치 등을 고려할 때 여행객의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반대했다. 이 항로 개설은 2012년과 2013년 한중 해운회담에서도 논의됐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
인천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백령~웨이하이시 항로 개설을 지속해서 추진할 방침이다.
인천 옹진군의 2020년 '백령~중국 항로 개설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백령도와 웨이하이 간 승선 인원 600명 규모의 2천500t급 쾌속선을 운항할 경우 매년 평균 약 7만2천명의 중국 관광객이 백령도를 찾을 것으로 분석됐다. 또 연간 960억원의 관광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웨이하이, 다롄, 칭다오, 톈진, 단둥, 옌타이 지역 중국인 6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약 40%는 백령도를 알고 있었고, 이 중 37%가 백령도를 여행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백령도와 웨이하이시는 바닷길로 약 200㎞ 떨어져 있으며, 쾌속선으로 3시간3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웨이하이시와 국제항로가 개설되면 백령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많은 보탬이 될 것"이라며 "국제여객터미널 조성, 관광지 육성 등의 사업이 병행돼야 하지만,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건 항로 개설"이라고 말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