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율을 맞춘 '밈(meme)'의 하나인 것은 알지만 노무사로서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대목이다. 권민우를 권고사직시켜야 한다는 얘기는, 악행에 따른 처분으로서 회사가 그를 강제로 퇴사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일방적인 근로관계 종료 처분인 해고의 다른 말로 권고사직을 사용하는 셈이다. 하지만 실제로 한바다가 권민우를 강제로 권고사직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권민우의 행동이 그 정도로 나쁘지 않아서가 아니라, 권고사직 자체에 이유 불문 강제성이 없는 탓이다.
회사가 근로자 합의없이 통보해도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
권고사직은 근로자의 자발적인 퇴사가 아니라는 점을 제외하면 해고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권고사직은 해고의 다른 말이 될 수 없음에도 이를 혼동할 때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직장에 다니는 근로자라면, 권고사직 통보를 받을 가능성이 '0'이 아니라면 더더욱 해고와의 차이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권고사직의 핵심은 '합의'다. 회사가 권고사직을 통보하더라도 근로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권고사직은 불가능하다. 권고사직은 법률에 정의된 용어는 아니며, 말 그대로 회사가 근로자에게 '사직'을 '권유'한다는 의미다. 권유는 구속력이나 강제력이 없는 요청이므로, 근로자가 사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회사는 강제로 그만두게 할 수는 없다. 반대로 근로자가 합의한다면 근로자에게 어떤 잘못이 없어도 권고사직 처리가 가능하다. 그렇기에 많은 사업장에서 권고사직 합의를 위해 위로금 등의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다.
반대로 해고는 근로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회사가 일방적으로, 강제로 퇴사시키는 조치다. 근로자가 해고를 거부할 수 없기에 근로기준법에서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만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고 엄격히 규정한다. 이때 정당한 이유는 회사로서 해당 근로자를 자르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잘못이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근로자가 권고사직과 해고를 혼동해선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구제 가능 여부'에 있다. 해고는 회사의 권력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내리는 처분이므로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이나 소송을 통해 부당해고를 다툴 수 있고, 인정받으면 복직할 수 있다. 그런데 권고사직은 당사자의 합의를 통한 사직이므로 원칙적으로 부당하다고 호소할 곳이 없다.
그러나 강제적인 요구라고 오해 탓
거부·항변없이 퇴사하는 경우 많아
서명후 '해고와 차이' 알면 때는 늦어
그런데 많은 사람이 권고사직 또한 회사의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요구라고 오해하는 탓에, 권고사직 얘기를 들으면 어떤 거부 의사를 나타내거나 항변을 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고는 해고를 당했다고 생각하여 뒤늦게 부당해고를 뒤집을 방안을 찾아보아도 마땅한 방법을 찾을 수 없다. 권고사직의 상황에서 대부분 회사는 사직서를 받는데, 강요나 협박에 의해 억지로 사직서를 낸 게 아니라면 근로자는 사실은 그만둘 마음이 없었고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권고사직에 서명하고 난 뒤에야 해고와의 차이점을 알게 되더라도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뒤다.
물론 사용자와 근로자가 가진 권력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기에, 회사가 사직을 '권유'만 하더라도 근로자로서는 심한 모멸감을 느끼며 거부할 수 없는 반강제적 요구라고 받아들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스스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망각해서는 곤란하다. 근로자는 원치 않는 사직을 거부하고 계속 일할 권리가 있다. 계속되는 사직 압박 끝에 설령 해고를 당하더라도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할 권한이 있다. 이는 권모술수 권민우도 마찬가지다.
/유은수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