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TS, 블랙핑크 등 케이팝(K-POP) 그룹들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보도가 익숙한 시대가 됐다. 오랜 기간 세계 음악의 주류라고 평가되던 영미권 중심의 팝(POP)과 차별화되는 대안적 음악으로써 케이팝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10일 "외국인들이 케이팝을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소비하고 있다"며 "케이팝 등장 이후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의 범위에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에서 새얼문화재단(이사장·지용택) 주최로 열린 제422회 새얼아침대화 강연자로 나선 그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케이팝의 성장 요인과 과정, 미래 등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영대 평론가는 "음악산업을 단순한 문화가 아닌 기술과 시스템으로 재해석한 게 케이팝의 본질이고 성공 요인일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 한국문화 이해 변화 생겨
교포 그룹멤버 포함 '현지화 전략'
메타버스 환경에도 '위력' 기대
시작은 국내 연예기획사 등 음악업계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었다. 내수시장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도전이었다. 아이돌 그룹 등이 국내외에서 모두 성공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트레이닝을 하고, 진출 대상 국적의 외국인과 교포를 그룹의 멤버로 포함시키는 등 현지화 전략을 폈다.
우리나라 기획사가 진출 대상 국가의 현지인만으로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는 "이제는 케이팝이라는 포맷을 각 나라의 사정에 맞도록 만들어낼 수 있는 단계가 됐다"고 했다.
외모가 뛰어난 아이들을 뽑아 유능한 보컬 코치, 안무가의 도움으로 노래와 춤, 랩, 연기 등 다양한 분야에 모두 뛰어난 종합예술인을 육성하는 독특한 훈련생 시스템은 케이팝 성장의 또 다른 배경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짧게는 3~4년, 길게는 7~8년까지의 시간 동안 훈련하고 경쟁하면서 실력을 갖춘 훈련생을 데뷔시키는 독특한 시스템이 기술화돼 케이팝의 경쟁력이 됐다는 것이다.
김영대 평론가는 "이런 기술을 해외에서도 받아들여 '케이팝스러운' 그룹이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성공하는 단계에 오르고 있다"며 "미국의 자본과 우리의 훈련생 시스템이 만나 '케이팝적인' 미국 그룹을 만드는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세계적 트렌드와 팬덤, 소비자 취향에 잘 맞는 음악들을 만드는 글로벌 협업 시스템도 케이팝의 특징 중 하나라고 했다.
김영대 평론가는 "퍼포먼스와 무국적성, 혼존성과 맥락 없음 등의 요소가 케이팝을 독특하고 고유한 카테고리로 묶어냈다"고 했다.
그는 "최근엔 케이팝 그룹들이 독창적 이야기와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다"며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가상세계에선 이런 것들이 중요한데, 이미 준비하고 있는 만큼 케이팝이 새로운 환경에서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