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를수록 내 얼굴만 변해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얼굴도 변해간다. 얼굴이 변한다는 것은 정기와 형태가 변한다는 뜻이다. 세상의 얼굴이 변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일 듯싶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 세계를 구성하는 공통된 제1의 요소를 동양철학에서는 기(氣)라고 불러왔다. 이 기는 여러 다양한 각도에 따라 글자와 단어가 결합되면서 그 의미가 구체화된다. 그 가운데 기후(氣候)라는 표현이 있다. 후(候)란 글자는 제후의 후(侯)와 글자의 어원이 동일하다. 예전에 봉건국가에서 천자가 제후에게 각 지역을 분할하여 다스리기 위해 그 지역의 최고 권한을 부여하였다. 그리고는 제후에게 그 지역의 상황을 정기적으로 묻고 점검하였다. 일정한 분할을 하였다는 의미에서는 일종의 마디를 만든 것이기도 하니 절후란 표현이 그런 의미이다. 우리의 생활이나 감정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날씨도 큰 틀에서 모두 기후의 변화이다. 제후국이 천년동안 조직해놓은 마디 그대로 있지 않듯이 절후에도 변화가 생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뚜렷했던 마디가 점점 희미해지면서 봄 가을이 매우 짧아지며 1년 동안의 전체적인 기후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 천자가 순회를 하면서 각 제후국들을 방문하기도 하고 제후들이 천자에게 찾아와 조공을 바치면서 각국의 정황을 보고하였다.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알려면 자주 물어보아야 하기 때문에 후(候)라는 글자에는 염탐이나 물어본다는 뜻이 들어있다. 나의 어릴 적 절후를 생각하면서 그저 그렇지 하면 달라지는 기후를 알아차릴 수 없다. 자주 물어보아야 한다. 기후예측의 패러다임이 달라져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세계는 계속해서 오직 변해갈 뿐이기 때문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