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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대사의 전설로 전해지는 요순(堯舜)시대는 성군(聖君)이 대를 이어 선정을 펴는 '이상국가(理想國家)'였다. 마음 놓고 생업에 종사하는 백성들은 왕이 누군지도 몰랐고, 알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태평성대를 누리는 호시절에도 우환이 그치지 않았다. 우기에 반복되는 대홍수로 감당키 어려운 인명·재산피해가 나 나라의 안위를 위협했다.

요임금은 나라의 골칫거리를 없앨 해결사로 '곤'이란 인물을 등용했다. 그는 비장한 각오로 10년 가까이 치수에 매달렸으나 홍수를 막지 못했고, 백성들 원성은 커져만 갔다. 요를 이어 왕위에 오른 순임금은 곤을 변방으로 내쫓고 그의 아들 우(禹)에게 치수(治水)를 맡겼다. 훗날 하 왕조를 개국하고 왕이 된 우임금이다.

우는 둑을 높이 쌓아 물길을 막는 기존의 방법으로는 물을 이겨낼 수 없다고 봤다. 물길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통로를 마련해주고, 하상을 낮춰 원활한 흐름을 유도했다. 작은 물줄기가 모여 품 넓은 강으로 자연스레 흘러들도록 길을 터줬다. 홍수에도 물길은 순해졌고, 백성들은 더는 물 걱정을 하지 않게 됐다. 우는 신혼 때 임지로 나선 뒤 13년간 한 차례도 집에 들르지 않았다는 미담이 전한다. 고사성어 대우치수(大禹治水)의 유래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물 폭탄이 투하됐다. 지난 8~9일 이틀간 최고 500㎜ 가까운 폭우가 쏟아졌다. 서울 한강을 경계로 남쪽 지역에 호우가 집중됐다. 관악구 지역은 8일 저녁 시간당 130㎜ 넘게 내린 것으로 집계돼 기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광주 등 경기도 남부권역에도 한때 홍수경보가 발령되는 등 초단기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100년에 한 번 있을 폭우에 서울 강남이 초토화됐다. 수조 원 예산을 쏟아부었다는데 물난리를 막지 못했다. 11년 전 우면산보다 더한 악몽이 재현됐다. 초자연적인 재해에는 어쩔 수 없다는 자조론에, 부실한 수방대책이 화를 키웠다는 주장이 맞선다.

서울의 심장 강남이 잠겼는데, 진영으로 갈려 저주를 퍼붓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예산을 줄인 때문이라는데, 한쪽에선 박원순 전 시장 탓이라고 한다. 4대강 사업을 두고도 10년 넘도록 논쟁이다. 수난(水難)보다 더 무서운 게 설난(舌難)이다. 우임금이 있더라도 선뜻 나서지 못할 부끄러운 나라가 됐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