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장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10일 오전 10시께 찾은 인천 중구 신포국제시장.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상인들 뒤로 문을 굳게 닫은 점포들이 보였다. 인천의 대표 관광지로 꼽히는 신포국제시장도 지난 8일과 9일 폭우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인천 전역에 내려진 호우특보는 10일 해제됐지만, 점포 대부분은 침수 등으로 도저히 장사를 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상품·냉장고·수족관 침수로 고장…
신포·용현·제일시장 등 상황 심각
이곳에서 30년 넘게 옷가게를 운영했다는 김순옥(65)씨는 "하수구에서 물이 역류하면서 옷가지들이 다 젖었다. 코로나19로 시장 상인들이 다 힘들었는데 이렇게 비 피해까지 보니 참 막막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같은 날 인천 미추홀구 용현시장과 제일시장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용현시장에 들어서자 밤새 흙탕물을 쓸어내렸던 빗자루와 바닥의 물기를 닦은 걸레가 나뒹굴고 있었다. 점포 안에 놓인 양동이에는 천장에서 떨어진 빗물이 차 있었다.
정육점 사장 김현우(41)씨는 "냉장고가 망가져 상품 진열을 못 하고 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닭과 오리고기를 파는 김성숙(62)씨도 "냉장고가 고장 나 얼음을 진열대에 깔아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제일시장 상인들은 빗물이 빠진 뒤에도 인근 공사장에서 휩쓸려온 흙을 치우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두부 가게를 운영하는 이은일(57)씨는 "비가 그친 뒤에 바닥을 몇 번이나 청소했는데도 모서리에 흙이 아직도 남아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인천 부평구 일신종합시장 상인들도 폭우로 큰 피해를 봤다. 생선가게 사장 방성규(49)씨는 "빗물에 냉장고와 수족관이 잠겨 모두 고장 났다. 장사를 못 하고 있다"며 "추석 대목을 앞뒀는데 그때까지 복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국가적 재난 정부·지자체 지원 목청
市 "재해구호기금 독려 복구 온힘"
이밖에 강화풍물시장, 구월도매전통시장, 신기시장 등에서 장사하는 상인들도 누수나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덕재 인천상인연합회장은 "상인 피해 상황을 종합하고 있는데, 아직 연락이 닿지 않은 곳이 있어 피해 점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국가적 재난 상황인 만큼 정부와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복구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는 소상공인 피해 복구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인천시 소상공인정책과 관계자는 "각 군·구와 협력해 피해 상황을 파악한 뒤 점포에 소상공인 재해구호기금을 신청하라고 독려할 예정"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노후화된 아케이드 등 시설 보수도 하루빨리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9일과 10일 수도권 전통시장을 돌며 피해 상황을 확인한 뒤 "지자체 등과 함께 상인들의 피해 최소화와 조기 정상화를 위해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변민철·수습 백효은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