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정오께 광주시 목현동은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그치고 잠시 불볕더위가 찾아오자 폭우가 할퀴고 간 흔적들이 드러났다. 불과 이틀 내린 비에 폐허로 변한 삶의 터전을 바라보며 이재민들은 그저 허망해했다.
토사가 흘러내려 초토화된 다세대 주택을 뒤로하고 하천 중류에서 하류까지 경찰이 실종자 수색에 열중이었다.
"컴퓨터랑 집기 위에 모래 진흙이 저렇게 쌓여 있어서…." 산 아래부터 꼭대기까지, 다세대주택과 전원주택촌을 이루고 있는 모개미길 초입에서 만난 건물주 이모(60대)씨는 연신 삽으로 흙을 퍼 손수레에 담고 있었다. 이씨는 "산 위에서부터 돌멩이랑 흙이 마구 쏟아져 내렸다"며 "돌멩이가 하천 물길을 막아 넘쳐 흘렀다"고 토로했다.
주민들 폐허로 변한 터전에 '허망'
산꼭대기 깎아 개발, 지반 약해져
이곳에 모여있는 다세대주택 건물 3채 입구는 모두 승용차 위까지 쌓인 흙더미로 막혀 있었다. 흙을 걷어내고 다세대주택 반지하층 가정집으로 들어서자, 진흙 범벅인 가정용품과 포대 자루들이 널브러져 있는 등 지난날 침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주민들은 폭우 자체는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이나, 수해 피해만큼은 예견된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목현동에서 25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곽명수(76)씨는 "산꼭대기를 무분별하게 깎아서 개발하니까 자꾸만 지반이 약해진다"며 "지반이 약한 상태에서 폭우가 내리니까 흙이 아래로 삽시간에 다 쏟아져 내렸다"고 했다.

실제 지난 8일 모개미길 인근 버스 정류장에선 버스를 기다리던 여성이 산 위에서 쏟아져 내린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9일에도 하천 주변을 살펴보던 시민 두 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언덕 위로 향하는 길목마다 하천 곳곳엔 돌멩이와 철제 구조물이 물길을 막고 있었다. 한 남성은 "걸리적거려 그냥 직접 잔가지 몇 개 줍는 것"이라며 하천 아래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급류에 휩쓸려온 호스와 잡동사니들을 건져 올렸다.

급류에 휩쓸린 여성 목숨 잃기도
물 범람해 인도까지 올라와 '불안'
각종 부산물로 물길이 막혔기에 상대적으로 지대가 높은 곳에 있는 하천도 범람했다. 언덕 중간 근처 다세대주택에 사는 주민 양모(60대)씨는 "이틀 전 빗물이 하천을 넘어 인도까지 올라와서 무서웠다. 돌이 한꺼번에 굴러와서 통로를 막은 것 같다"고 회상했다.
현장을 수습하러 온 대한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 관계자는 "다세대주택 입구에 있는 토사 등을 굴착기로 옮기고 임시 통로를 만들려면 1주일에서 열흘 정도 걸릴 것"이라며 "피해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하천 폭을 넓히고 복개천처럼 물이 도로 아래로 흐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경찰과 소방대원들은 이날 오전 11시께부터 지난 9일 목현동 인근 하천에서 실종된 두 명을 찾으려 다시 수색 작업에 나섰다. 현장엔 경찰 인력 30여 명이 투입돼 하천 중류와 하류 부근을 집중 수색했다.
/신지영·수습 유혜연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