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무너진 옹벽이 주택 담장을 덮쳐 주민이 긴급 조치를 요청했지만 화성시는 관련 부서 간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다. 집 주인은 연일 계속되는 폭우에 집이 무너질까 걱정돼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화성시 송산면 칠곡리에 거주하는 A씨의 주택 옹벽은 지난 8일 내린 폭우로 기울어졌다. 이는 3~4m 높게 인접한 폐기계 재활용업체의 지반과 옹벽이 무너지면서 A씨 주택 옹벽을 밀어냈기 때문이다. 두 개의 옹벽이 주택 외벽에 기대 있는 상황인 데다가 비가 계속된다는 예보에 A씨는 곧바로 화성시에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8일 밤에 갑작스럽게 벽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고 피신했다"며 "집마저 무너질 것 같아서 빨리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인접한 재활용업체 지반에 밀려나
인접한 재활용업체 지반에 밀려나
"밤에 벽 무너지는 소리 듣고 피신"
재활용업체 쪽 상황은 더 심각하다. 폐기계가 잔뜩 쌓여있는 바닥면 여기저기가 갈라져 추가 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아무리 비가 많이 왔다지만 땅이 갈라지고 내려앉을 정도면 여기에 건축 허가를 내준 게 문제가 아니겠냐"며 "여기가 무너지면 마을 통로가 막힌다"고 주장했다.
A씨의 신고에 9일 송산면 주민자치센터와 화성시청 건축관리과에서 현장 점검을 나섰다. A씨는 곧 안전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모두 소관부서가 아니라며 다른 부서에 사고 사실을 전달하는 것으로 조치를 끝냈다.
건축관리과 관계자는 해당 옹벽이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2종 시설로, 안전정책과 소관 업무라고 밝혔다.
송산면은 안전정책과와 허가민원과에 옹벽 붕괴 사고 발생 내용을 전달했다. 송산면 관계자는 "우리가 옹벽을 섣불리 건드릴 수는 없다"며 "해당 주택 거주자는 집에 들어가지 말고 마을회관에서 생활하도록 안내했다"고 말했다.
건축관리과→안전정책과→송산면
행정책임 불명확 떠넘기기 '급급'
반면 안전정책과는 피해 접수를 총괄할 뿐 필요한 조치는 각 관할 읍·면·동이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안전정책과 관계자는 "수해 피해 사례를 취합해 각 부서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며 "옹벽 붕괴는 송산면 사안이니 송산면이 현장 대응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시는 침수피해에 신속히 대응하고 긴급 복구 및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표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긴급 재난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임 부서가 명확하지 않아 부서 간 떠넘기기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A씨는 "출입을 하지 말라고만 하고 아무 조치를 하지 않으면 집이 무너질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 아니냐"며 "시민 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화성/김학석·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