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이 매년 수십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최첨단 산사태예측정보시스템(이하 정보시스템)이 토사유출 등 인명·재산 피해를 낳는 사고 예방에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다.
경기도에만 산사태 사상자 4명을 발생시킨 이번 집중호우에서 사고를 전혀 감지하지 못해서다.
10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시작된 기록적인 호우로 화성시 정남면과 광주시 직동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사상자 4명 모두 인근 야산의 토사가 아래로 흘러내리며 발생했다.
그러나 산림청이 산사태 위험지역을 미리 감지해 지자체에 통보하는 정보시스템은 두 지역의 사고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사태로 옹벽이 무너져 차량 이동이 통제된 용인서울고속도로 하산운터널 인근과 마을이 토사로 뒤덮인 광주시 남한산성면 검복리마을 등 도내에서 발생한 13건의 토사유출도 예측하지 못하거나 사고 발생 후 뒤늦게 감지했다.
산림청, 매년 20억 투입 운영 불구
도내 토사유출·절개지 붕괴 깜깜
실질피해 못 막아 '재정비 필요성'
정보시스템은 권역별 산사태 토양함수지수와 기상청 강우자료, 과거 산사태 이력 등을 계산·분석해 토양함수지수가 80%를 넘으면 '주의보', 100%를 넘으면 '경보' 신호를 산사태 발생 1시간 전에 해당 지자체로 전달한다. 경보를 받은 지자체는 산사태위험예보를 지역에 발령해 도로를 통제하거나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방식으로 재난에 대처하고 있다.
반면 정보시스템은 산지가 완전히 붕괴되는 수준의 큰 위험만 감지할 수 있고 실질적인 인명과 재산 피해를 유발하는 토사유출, 산의 비탈인 절개지 붕괴 등의 사고는 예측할 수 없는 허술함을 보였다.
산림청이 ICT(정보통신기술)와 빅데이터 등의 첨단기술로 시스템을 유지, 운영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매년 2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허점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정보시스템에 대한 지자체의 의존도가 높은 만큼 참사를 막기 위해 시스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시스템은 최대 읍면동 단위까지만 산사태를 예측할 수 있어 조금 더 세밀한 예측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사태예측정보시스템이 분류하는 산사태 정의에 토사유출, 절개지 붕괴 등은 제외하다 보니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번 호우는 비의 양이 워낙 많아 과학적으로 구현된 시스템임에도 도로유실 등의 상세한 피해는 파악하기 더욱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