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더위와 집중호우 등으로 정전이 발생한 인천지역 공동주택의 입주민들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인천 계양구의 한 아파트는 열대야가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오후 7시20분께 전체 6개 동 중에서 3개 동이 정전됐다.
이 때문에 약 240가구는 다음 날 오전 6시께 전력 공급이 재개될 때까지 11시간 동안 푹푹 찌는 한밤중 무더위를 견뎌야 했다.
이 아파트 입주민 김모(38)씨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였지만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켜지 못해 괴로웠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집에서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자동차 시동을 걸어놓고 에어컨을 켠 상태로 운전석에 누워 밤을 보냈다고 했다.
당시 정전은 아파트 변압기 과부하에 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전 사고 이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선 입주민들에게 저녁 시간대 필요 없는 전기 사용을 최대한 줄여달라는 내용의 공고문을 게시판에 붙여놓기도 했다.
선풍기도 없이 열대야 견디기도
시간당 50㎜ 폭우에 변압기 고장
'이달만 8건' 안전관리자 신경써야
김씨는 "최근 집중호우 이후 날씨가 다시 더워져 언제 정전될지 몰라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3일 오후 10시께 미추홀구의 한 오피스텔도 정전됐다가 다음 날 오후 3시에야 복구된 적이 있다. 원인은 빗물 누수로 인한 변압기 고장이었다.
당시 인천지역엔 시간당 최대 50㎜의 폭우가 쏟아졌다. 정전 사고 이후 오피스텔 주민들은 비 소식이 있으면 걱정부터 앞선다.
주민 진모(34)씨는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모든 전기가 나갔다. 이웃 중 숙박업소에서 잠을 자고 온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며 "비가 많이 내리면 그날이 떠올라 흠칫 놀라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전력 인천본부가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6일까지 파악한 인천의 아파트·오피스텔 정전 사고는 총 8건이다.
한전은 이 사고가 모두 공동주택 내 변압기 등 수전 설비 문제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선 변압기를 통해 한전과 계약한 고압 전류를 가정용으로 전환해 각 가구에 공급한다. 최근 무더운 날씨와 집중호우가 반복되면서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거나 누수 피해 등으로 변압기가 고장 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인천지역본부 관계자는 "여름철 공동주택에서는 전기 안전관리자가 변압기 과부하, 누수 등에 더욱 신경 써 정전을 예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공동주택에서 정전이 발생했을 땐 빠른 복구를 위해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정전 원인 등을 점검해 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니 적극 이용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