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컬렉션이 또 한 번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대중들이 사랑하는 화가 이중섭의 대규모 개인전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내년 4월 23일까지 열리는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 이중섭'은 이건희컬렉션 가운데 이중섭의 작품 80여 점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10점 등 모두 90여 점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섭의 작품은 기증된 고(故)이건희 회장의 컬렉션 가운데 유영국, 파블로 피카소에 이어 작품 수가 많고, 회화와 드로잉에 있어서는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건희컬렉션에서 이중섭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다.
만 40세의 나이로 요절한 '비운의 천재화가'로 작품 제작기간이 불과 5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우리 미술사에 주옥같은 발자취를 남긴 이중섭의 삶과 예술을 다각도로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단연 눈에 띄는 '엽서화'는 1940~1943년 이중섭이 야마모토 마사코 여사와의 연애 시절 그녀에게 보낸 엽서에 그려진 그림들이다. 모두 37점이 공개됐는데, 이는 이중섭이 남긴 엽서화의 40%에 해당한다. 별다른 말은 적혀있지 않고 오직 종이 가득 그림으로 채워져 있지만 어쩌면 연인 사이에서만 볼 수 있는 내밀함을 간직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는 우편으로 보내져 소인이 찍혀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린 시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초기의 엽서화는 먹지를 이용해 밑그림을 완성했으며, 점차 자신감이 붙어 면과 선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초현실주의와 추상미술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은 물론 물고기와 연꽃, 오리 등 전통적 소재도 활용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는 1950년대 이중섭 작품의 특징이 완성되기 전 연습 과정으로 미술사적 가치가 높다는 것이 미술관의 설명이다.
작품은 가족과 아이들의 모습이 주를 이룬다. 1952년 가족들을 일본으로 떠나보낸 후 작업한 것들로, 이중섭은 아내에게 이 은지화를 주며 '훗날 대작으로 완성하기 위한 스케치이니 절대 남에게 보여주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은지화 가운데 '가족을 그리는 화가'는 가족과 함께 있는 모습을 그리는 이중섭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의 작품에 유독 게와 물고기 등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네 식구가 제주도로 내려가 살았던 시절이 가장 행복했기 때문이라고. '편지화' 역시 일본에 있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의 작품활동, 근황 등을 그림과 함께 꾸준히 전달했던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이중섭을 잘 보여줬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작품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던 때부터 생의 에너지가 저무는 힘든 시기까지 쉼 없이 나아간 인간 이중섭을 느껴볼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