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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당 정치는 해방 직후 미군정 아래에서 발아했다. 신탁통치 반대를 주도한 독립운동가들이 정당 결사를 주도했다. 해외파인 이승만, 김구는 자유당의 전신인 대한독립촉성국민회를 조직했고, 국내파인 김병로, 조병옥 등은 한국민주당을 창당했다. 제헌국회가 이승만을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하자 정당들의 역할도 확립됐다. 이승만이 창당한 자유당을 제1야당인 한민당이 견제하고 나서면서 여야 개념이 자리잡은 것이다.

정당들의 이념적 정체성은 박정희 군부정권 시대에 분명해졌다. 박정희 독재의 주춧돌인 민주공화당은 보수, 김대중·김영삼이 반독재 투쟁을 주도한 민주당은 진보의 가치를 대변했다. 공화당은 박정희의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보좌한 산업화 시대의 전위였다. 민주당은 박정희 군부독재가 유예한 민주와 인권의 회복에 헌신해 민주화의 주역이 됐다. 자유당-공화당을 이은 민정당과 한민당-민주당을 계승한 통일민주당과 평화민주당이 87년 개헌안을 통과시켰을 때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완성한 기적의 나라가 됐다.

지금은 상대 진영과 중도층에게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했지만 대한민국 정당 역사의 맥락을 살펴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역사적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역사적 공과(功過)에 대한 논란이 분분해도 산업화와 민주화로 대한민국을 정상국가로 만들어 낸 보수, 진보 정당의 역사를 계승한 공당(公黨)의 위상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한국 보수와 진보 정당의 적자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힘 윤핵관은 미약한 명분으로 대표를 탄핵하고, 이준석 대표는 당에 소송을 걸었다. 정파간 권력 투쟁이 도를 넘어 당을 집어삼키니 본말이 전도됐다. 사색당파 보다 더한 붕당(朋黨)으로 전락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심각하다. 대선 패배 후 총선에 출마한 이재명 의원은 셀프 공천 의혹을 받는다. 총선처럼 대표 경선 출마 또한 사법 리스크 회피용이라는데도 나홀로 독주를 이어간다. 방탄용 당헌 개정도 확실해 보인다. 당에 이재명과 개딸들만 보인다. 정파의 과잉 만큼이나 정파의 소멸도 공당을 위협한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현실이 되면 사당(私黨) 시비를 면하기 힘들다.

전통적인 보수-진보 정당이 동시에 붕당과 사당으로 전락 중이니 괴이하다. 정치 대변혁의 전조일 수 있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