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은 집권당의 권위와 책무를 망각하고 있다. 대의와 명분은 사라지고 권력투쟁의 민낯을 여과없이 쏟아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에 대한 적의와 적개심을 자극적으로 드러내고 '복수'를 공개적으로 다짐한 이준석 전 대표와 그를 쫓아내기에 당헌 개정까지 불사한 윤핵관 등 친윤그룹의 쟁투는 권력투쟁의 상도(常道)인 최소한의 절제를 명시적으로 배제한다.
국힘, 집권당 책무 망각 권력투쟁의 민낯만
집권연대 균열 부르는 윤핵관 2선 후퇴해야
이 전 대표가 당 윤리위에서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원권 6개월 정지의 중징계를 받고 이후 최고위원들의 사퇴와 지도부 해체, 최고위원회에서의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의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비대위원장 임명 주체의 변경을 위한 당헌 개정, 이 전 대표의 해임 등 일련의 절차는 보편적 지지를 얻기 어렵다. 거칠고 의도가 명백히 읽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이 전 대표의 대응 역시 정치적이지 않다. 정치란 여백을 남기고 타협을 위한 최소한의 출구는 열어놓는 것이다. 이 전 대표가 파부침주(破釜沈周)의 결연한 의지와 권력정치의 최후의 승자가 되겠다는 비장한 마음으로 현 상황에 대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전 대표 역시 윤핵관과 마찬가지로 갈등 진원의 한 축이다. 정치는 상대가 있는 행위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여권의 총체적 난맥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권력쟁투의 기저에는 차기 총선의 공천권이 똬리를 틀고 있다. 근소한 차이로 승리한 대선의 의미를 몰각하고 알량한 권력의 단맛에 취해 바닥없이 추락하는 지지율에도 변화할 줄 모르는 집권연합에 대해 국민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정권의 몰락은 먼 데서 오지 않는다. 정권 지지율의 하락으로 지목되는 요인들을 제거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요체는 책임성과 반응성이다. 중도층은 물론 보수에서조차 이반하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거나, 알아도 반응할 수 없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면 한국정치는 또 한 번의 소용돌이를 마주할 수도 있다.
이준석도 공개적 복수보다 성찰 반성 필요
尹, 배신·진영 프레임 탈피 통합 큰 틀 짜야
원인은 충분히 인지되어 있을 것이다. 요체는 이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고 무겁게 성찰하느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보다 낮은 것을 가볍게 보아선 안된다. 우선 당내 권력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지지율 하락의 첫째 요인으로 꼽히는 인사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현 난맥을 해소할 모멘텀을 마련할 수 없다.
마상(馬上)에서 집권한 당 태종 이세민은 말 아래로 내려와서 정관(貞觀)의 치(治)의 업적을 쌓았다. 자신의 정적이었던 형 이건성에게 이세민을 죽이라고 간언했던 위징(魏徵)을 중용하고 신하들과 소통함으로써 대제국 당을 건설했다.
둘째, 집권연대의 균열을 가져오는 윤핵관으로 불리는 대통령 측근들의 2선 후퇴가 전제되어야 한다. 많은 논란의 당사자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무대행을 사퇴했는데 원내대표를 유지하고 비대위에도 참여한다면 인사쇄신의 조치도 효과를 낼 수 없다.
셋째, 이 전 대표의 성찰과 반성도 필요하다. 정치투쟁을 본격화하며 자신의 입장만 과도하게 내세우는 것은 대선 승리를 견인한 대표의 도리가 아니다. 이 전 대표의 억울함과 공감을 끌어내려면 극한투쟁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넷째, 윤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배신'과 '진영'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통합의 큰 틀을 창출하지 않으면 공멸은 가까이에 있다. '배신'의 정치 프레임으로 반대 의견을 '배제'했던 박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의 몰락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통합하고 포용할 때 민의에 다가갈 수 있다. 민심이 권력을 창출하지만, 민의는 권력을 뒤집기도 한다. 민주공화국에서 권력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