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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정치부 차장
나는 아이들 문제에 진심이다. 이 문장이 우리 문법에 들어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유행대로 기자인 나를 표현하는 데는 딱이다. 요즘은 어떤 것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을 때 '진심이다'를 넣어 말하는 게 유행이다. 또 각종 SNS 게시물, 일상 속 오가는 말을 살펴보면 진심은 '아주' '매우' 와 같은 부사를 대신해 관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단순한 행위를 설명할 때도 진심을 유행어로 활용하는 만큼 진심,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사회의 중요한 가치판단 기준이 됐다.

나를 비롯해 타인을 판단하고,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기준이 그렇게 변했다. 그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종종 타인의 행위를 두고 '진심이냐, 아니냐' 갑론을박이 오가고 거짓말, 가짜로 판명나면 이전보다 훨씬 더 크게 분노하고 배신감을 느낀다. 그래서 연예인과 같은 공인들에게 사람들의 시선은 더 가혹해졌고, 일반인과 공인의 경계에 있는 유튜버, 인플루언서들도 진심을 평가받아야 한다. 하물며 이러한 '진심 레이더'는 우리 같은 일반인에게도 엄격하게 적용된다. 이젠 어딜 가나 진심을 다해, 조심스럽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 게 요즘의 분위기다.

안타까운 건 유독 진심 레이더에 빗겨있는 게 정치라는 영역이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르며 뜨거운 선거현장 한복판에 서 있어보니 목이 터져라 외치던 그들의 말, 두 눈을 마주치며 꽉 잡은 두 손을 진심이라 믿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후 요즘 회자 중인 '양두구육'과 같은, 우리 정치의 본색을 보았다. 진심 레이더에 걸려 가짜인 것을 들켜도 개의치 않는 이들 또한 정치인들이다. 지지율이 바닥을 쳐도 아무렇지 않은 최근의 서울 정치만 해도 그렇고, 지난 7월1일 출발한 민선8기 경기도와 11대 경기도의회의 지난 47일도 딱 그렇다. 그런 정치를 바라보면 뒷맛이 아리다. 그럼에도 민생 곳곳이 탈출구가 쉬이 보이지 않는 위기에 직면했고 우리는 경기도민을 위하겠다던 지난 봄, 그들의 진심에 기댈 수밖에 없다.

/공지영 정치부 차장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