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해 향후 5년간 인천·경기지역 108만가구 등 전국에 270만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의 '국민주거 안정 실현방안'(8·16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첫 주택 공급 대책이다. 주택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신도시 등 공공택지 개발을 확대하겠다는 게 뼈대다.
인천지역 부동산 시장 및 주거 실태와 관련해 눈여겨볼 만한 내용은 '도시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끊어진 주거사다리 복원'이다. 이는 각각 구도심 활성화, 청년 주거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 청년 상당수는 소득 대비 생활비(주거비 등) 비율이 높은 상황. 특히 소득 수준에 따라 선호하는 주택 입지·유형과 희망하는 지원책이 다르다.
청년들의 목소리와 인천연구원·국토교통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천지역 청년 주거 실태를 들여다보고, 8·16 부동산 대책이 청년 주택 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봤다.
임차료·월 대출 상환 부담 82.2%
경기·서울 79.2·74.3% 비해 높아
인천 동구에 사는 원모(30)씨는 지난해 결혼한 후 송림동에 있는 2억3천만원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그는 주택 매입 자금의 70%를 은행에서 빌려 매달 원금과 이자를 갚고 있다. 직장이 있는 연수구를 중심으로 집을 찾아봤으나 자금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게 원씨 설명이다.
그는 "(구도심인) 동구는 편의시설이나 문화시설이 (신도시 등) 다른 지역보다 부족하다"며 "주거비 부담에 구도심에 자리 잡았으나 미추홀구 도화동 등으로 나가야 할 때가 많아 불편하다"고 했다.
이어 "다행히 1년 전 저리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아 한숨 돌린 상황"이라면서도 "아이를 낳으면 좀 더 넓은 면적으로 이사 가길 원하는데 시장 상황을 보면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관악구에 살았던 조모(32)씨는 올해 초 이직과 함께 인천 남동구로 이사 왔는데, 월세 비용이 30만원에서 45만원으로 늘었다고 한다. 월급 220만원 중 월세와 관리비 지출이 커지면서 저축할 수 있는 돈은 더 줄었다.
인천 집값이 서울보다 저렴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구월동 등 지하철이 가까운 지역 집값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조씨 얘기다.
그는 "월세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전세나 보증금 비율이 높은 매물은 오히려 서울보다 찾기 힘들었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주거비 경감 정책을 찾아봐도 대부분 지원 대상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2020) 결과를 보면 인천지역 청년의 소득 대비 생활비 비율은 59%로, 경기·서울 청년과 비교해 높다. → 표 참조
인천 청년의 주택 임차료 및 월 대출 상환 부담 비율 역시 82.2%로, 서울·경기(74.3%, 79.2%)에 비해 높았다. 특히 인천 청년은 소득이 적을수록 생활비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인천시 고소득 청년계층 월평균 소득은 569만원으로, 생활비 비율은 55.2%다. 반면 인천시 저소득 청년계층 월평균 소득은 169만원인데, 이 중 생활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68.5%였다.
소득 적을수록 비율 높아지는 경향
"市차원 추진할 주거정책 필요해"
인천연구원이 지난 4~5월 인천 청년 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신혼부부 주거 실태조사에서도 주거 관리비와 월 임차료가 부담된다는 청년이 많았다. 주거·관리비와 월 임차료가 부담된다고 한 응답자는 각각 68.4%, 51.9%였다.
인천연구원 관계자는 "인천 청년·신혼부부 주거 실태조사와 국토부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큰 틀에서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났다"며 "청년 계층의 특성에 따라 인천시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주거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했다.
인천연구원과 국토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간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청년이 많다. 또 역세권에 있는 주택을 분양받거나 임차하길 원하는 인천 청년 비율이 높았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공공임대주택을 늘릴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정부는 8·16 부동산 대책 중 하나로 '끊어진 주거사다리 복원'을 내놓았다. 역세권과 산업시설 배후지 등에서 전국적으로 50만가구 내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으로, 청년들의 초기 부담을 줄이고자 '저금리 장기(40년 이상) 대출' 방안도 제시했다.
청년을 위한 주택은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구역과 신도시에서 확보해야 하는 상황. 청년 주택 문제 해결은 정비사업과 신도시 개발 활성화 여부에 달린 셈이다. 정부는 내달 중 '청년주거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하는데, 여기에는 금융 지원 강화 방안도 담길 예정이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