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가 출시한 저가 치킨이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 적정성 논란을 불러온 가운데 영세 치킨 자영업자의 한숨은 더욱 커지고 있다.
치킨값이 비싸다는 여론이 팽배해지면서 물가 상승분을 쉽사리 반영하지 못해서다.
치킨 비싸다 여론 뭇매 값 못올려
물가 올라 재료비용 건지기도 벅차
'1마리 1만원' 이젠 역사책에서나
지난 16일 오후 7시께 수원 이의동의 한 도로에서 만난 전기구이 통닭 자영업자 남모(61)씨는 매출이 적자라고 밝혔다. 올라버린 재료비와 유류비 때문이다.
지난해 3천300원이었던 생닭은 4천200원으로 올랐고, 유류비·가스비와 심지어 소금값까지 뛰었다. 그는 "예전과 같은 양을 팔아도 인건비는 당연히 벌지 못하고 재료비 건지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1마리 1만원' 통닭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다. 남씨는 "코로나 이후 가격을 안 올리고 버티다 두달 전 겨우 1천원을 올려 만원에 팔고 있다. 여기서 1천~2천원은 더 올려야 마진이 남는데 요새 치킨값이 비싸다는 인식이 많아 걱정"이라고 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용인 상현동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10년 동안 운영한 김모(58)씨는 코로나19 기간 물가 상승과 배달료 인상 등으로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했다. 김씨는 "1만7천원짜리 치킨 하나 팔았을 때 생닭, 식용유, 박스 비용, 치킨 무, 배달비를 제하면 1천~2천원 남는다"고 설명했다.
저가 치킨에도 비판적이었다. 김씨는 "우리는 메이저 브랜드보다 2천~3천원 저렴하게 팔면서 고객을 확보한다. 그래서 저가 치킨은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타격이다. 우리 보고 장사하지 말란 얘기"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닭(육계) 10호 도매가는 16일 기준 3천680원으로 지난해 8월 평균인 3천65원에 비해 상승했고 식용유도 지난해 동기 대비 56%나 가격이 뛰었다.
반면 소비자들은 여전히 치킨이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어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날 홈플러스 북수원점에서 저가 치킨을 구매한 차재용(28)씨는 "물가가 오르는 상황이라 이해는 하지만 너무 비싸면 좀 그렇다. 현재 프랜차이즈 치킨은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의 가격이라 구매하기가 꺼려진다"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이 저가 치킨을 선호하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며 "이 현상을 만든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주와 함께 가격 조정에 나서야 한다. 유통과정에서 착복이 일어나는 현상을 바로 잡아 거품 가격을 빼야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신지영·수습 김동한 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