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8·16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자 준공된 지 40년 가까이 된 인천 남동구 만수주공아파트 1~6단지에 사는 주민들은 관련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만수주공 1~6단지는 지난해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한 절차인 예비안전진단에서 탈락했다. 이번 부동산 대책에 해당 제도를 완화해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 통과율을 높이겠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기대감이 높아졌다.
배점, 구조안전 하향·주거환경 상향
"법률 제·개정 속도감있게 추진해야"
17일 경인일보가 8·16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만수주공 등 인천지역 부동산 시장 반응을 파악한 결과, 재건축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과 집값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이번 부동산 대책에서 재건축을 위한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안전진단제도 완화를 내놓은 게 가장 주요했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재건축을 희망하는 아파트단지는 도시정비구역으로 지정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안전진단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현행 안전진단제도는 문재인 정부에서 구조 안전성 평가 안전진단 비중을 20%에서 50%로 상향해 아파트 재건축을 어렵게 한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
안전진단제도는 구조 안전성 평가와 설비 노후도 등을 포함한 주거환경 중심 평가로 나뉜다. 이 중 구조 안전성 평가 항목을 낮추고 주거환경 중심 배점을 상향하겠다는 게 이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다.
인천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만수주공 1~6단지 등은 정부 발표에 따라 안전진단제도를 받기 위한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만수주공은 지난해 1개 단지가 예비안전진단 등급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한 바 있다.
만수주공 1~6단지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안전진단제도 완화가 재건축 여부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 발표 이후 '드디어 우리도 재건축할 수 있게 되는 거냐'는 주민 문의가 잇따랐다"며 "안전진단을 통과하기 위해 벽면 균열과 누수 등 피해가 큰 입주민을 대상으로 현황을 파악하고 추후 구청에 관련 자료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찬반 주민간 '민민갈등' 발생 예측
역세권·산단 도시정비 양극화 전망도
일각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이를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이 같은 '민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자체 등 공공에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에선, 역세권과 산업단지 주변 도시정비사업은 탄력을 받고, 그 외 지역은 사업성이 떨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이번 정책에 포함된 민간 주도 역세권·준공업지역 고밀 복합개발이 특혜 논란 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세밀한 법적 근거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부가 내놓은 민간 주도 고밀 복합개발과 도시정비사업 간 차이점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과이익환수 등 촘촘한 정책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 얘기다.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관리자는 "정부는 민간 주도 고밀 복합개발을 위해 500%의 용적률 상향을 인센티브로 제시했는데, 용적률이 300% 아래로 정해진 도시정비사업에서는 용적률을 둘러싸고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고밀 복합개발을 둘러싼 특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어느 정도 물량을 공공에 기부채납하고 일정 개발이익을 어떻게 환수할지 법령을 통해 세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공급을 통한 집값 안정 대책이 나온 것을 전향적으로 보고 있으나, '시그널'에 그치지 않도록 관련 법률 제·개정 등 남은 절차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은 이전 정부와 비교해 공공이 아닌 민간 주도로 주택 공급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면서도 "부동산 대책 대부분이 법령 개정 등을 필요로 하므로 정책을 추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